‘노사모 미키루크’ 이상호 “김봉현에게 받은 돈은 빌린 것”

by박순엽 기자
2020.09.16 13:21:54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이상호 지역위원장 첫 공판
檢 “이 위원장, 김봉현에 불법 정치자금 등 받은 혐의”
이 위원장 측 “부정 청탁 없어…공소 사실 모두 부인”
과거 ‘노사모’ 부산 대표…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른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혐의를 부인했다. 이 위원장 측은 그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 자금이 부족해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위원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 측 변호인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이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7일 구속 기소됐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위원장이 지난 2018년 7월 김 전 회장에게 ‘총선 준비와 선거사무소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해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양말 도매업체를 통해 총 3000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같은 해 9월 김 전 회장 등이 한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고 하면서 당시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로 있던 이 위원장에게 이 조합 자금이 투자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위원장도 이를 수긍했다”며 “요청을 승낙한 직후 그는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의 양말을 사달라고 요구해 (김 전 회장 측에게) 1863만원 상당의 양말을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같은 해 10월 김 전 회장에게 ‘동생이 당신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는데,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이 위원장에게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주식을 추가 매수하라고 조언하면서, 이 위원장 동생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으로부터 약 2억1300만원을 대출받아 해당 주식을 추가 매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 달 뒤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이 위원장 동생은 저축은행으로부터 이자 지급 요구와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예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 위원장은 다시 김 전 회장에게 이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검찰은 이후 김 전 회장이 9회에 걸쳐 이자와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추가 담보금 명목으로 이 위원장 동생에게 총 5636만원을 송금했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이 위원장 측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소 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 위원장 동생이 김 전 회장 회사 주식에 투자해 자신의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자 주식을 추천했던 김 전 회장이 미안한 마음에 3000만원을 빌려준 것”이라면서 “김 전 회장도 (이 위원장 동생의) 업체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빌려줬다”고 반박했다.

또 이 위원장 측은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로서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고, 문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김 전 회장이 찾아와 담당 팀장을 소개해줬을 뿐”이라며 “(투자) 담당 직원을 회유하거나 그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에 동생 회사의 양말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위원장 측은 “평상시에 다른 지인들에게 양말을 사달라고 부탁해왔다”면서 “김 전 회장과 친하게 지내고, 당시 수원여객을 인수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우리 양말 사줘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지, 청탁과는 상관이 없고 검찰이 주장하는 청탁 시기와 양말을 사달라는 시기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 측은 동생의 주식 계좌도 김 전 회장의 차명 계좌로 이용됐다고 토로했다. 동생의 주식 계좌로 5600여만원이 송금됐던 시기엔 해당 계좌를 사실상 김 전 회장이 관리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돈이 송금되던 때는 김 전 회장이 자산운용사 인수를 포기했을 때”라며 “검찰이 말하는 청탁과 이 돈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은 자기 회사 주식을 관리하려고 차명계좌를 5개 이상 확보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중 하나가 이 위원장 동생 계좌”라고 설명했다. 즉, 이 위원장 동생 계좌로 입금된 돈은 이 위원장이 수수한 돈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관리하고자 넣은 돈이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이날 이 위원장의 보석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서 ‘미키 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사모 부산 대표를 맡았고, 지난 2018년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의 현장 조직을 담당했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