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포탈에 발목’ 조석래 회장…횡령·배임 무죄에도 실형

by조용석 기자
2016.01.15 17:53:51

1500억원대 조세포탈 중 약 1350억원 인정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 탈세…죄질 나쁘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5일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8000억원대 기업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81) 효성그룹 회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조 회장은 1000억 원 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고도 세금포탈과 관련된 죄책이 워낙 무거워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창영)는 15일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건강상태를 감안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상법위반 등 7가지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혐의 중 횡령과 배임, 상법위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횡령 혐의는 페이퍼컴퍼니(SPC)가 효성과 해외법인 사이의 수출거래를 중개하는 것으로 가장해 페이퍼컴퍼니가 받은 수출대금을 698억원을 빼돌린 것에 대해 적용됐다. 배임은 효성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보유한 채권 233억원을 손실 처리한 것에 대한 혐의다.

재판부는 횡령과 관련해서는 “기술료를 포함한 매매대금이 SPC에 유효하게 지급됐고 효성과 페이퍼컴퍼니 사이의 관계를 비춰보면 매매대금이 (조 회장 개인이 아닌) 효성의 소유에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무죄 판단이유를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 법인의 대손처리에 대해서도 “대여금 채권을 대손처리해도 효성 싱가포르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 1500억원의 세금포탈(특가법상 조세)에 대해서는 이중 약 1300억원을 유죄로 판단하고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회장은 1998년 효성물산 등 계열사의 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못하자 이를 털어내기 위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부실자산을 허위 기계장치로 대체한 후 이를 감가상각하거나 가공의 매출원가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5000억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효성은 법인세 신고금액을 누락해 법인세 약 1200억원 내지 않았다.

또 같은 기간 그룹 임직원 등 229명의 차명으로 효성 및 카프로 주식을 양도·보유하면서 양도소득 및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 125억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조세포탈 범행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액수 역시 1300억원에 달한다”며 “회사 재무상태를 정상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분식회계라 해도 이를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포탈한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해도 범행의 엄중한 정상에 비춰보면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효성 측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조세포탈에 대해 “IMF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을 법정관리에 넣어 정리하고자 하였으나 정부와 금융권의 강요에 이를 정리하지 못하고 합병함에 따라 떠안은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심에서 이점을 집중해서 변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