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 2년 만에 부회장 승진…‘그룹 3세 경영’ 본격화

by박순엽 기자
2023.11.10 17:20:23

그룹 사장단 인사서 승진…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
HD현대 대표이사로 사업 경쟁력 확보·혁신 이끌어
“새 50년 위한 미래사업 개척 등 중요 역할 할 것”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HD현대 오너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1년 10월 사장 승진 이후 2년 1개월 만의 부회장 승진이다. 그룹 안팎에선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267250)는 10일 올해 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정 신임 부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HD현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1월 ‘CES 2023’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룹 비전인 ‘바다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 대표이사를 맡으며 세계 조선 경기 불황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회사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HD현대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을 이끌었던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올해를 끝으로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맡게 되면서 정 부회장은 HD현대의 유일한 부회장이 됐다.

이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나 정치활동을 한 이후 30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HD현대가 이번 인사로 오너의 책임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함께 그룹 최고 경영체제를 구축하며 그룹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 회장은 정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면서 차세대 그룹 경영을 맡을 ‘정기선 체제’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뒷줄 왼쪽 다섯번째) HD현대 사장이 지난 6월 현대베트남조선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엔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는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사장을 거쳐 이날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16년엔 선박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HD현대 대표이사를 맡은 뒤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조선 사업 외에도 정유·건설기계·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 명칭을 HD현대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그는 또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하면서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과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대했다.

그는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했으며 2021년엔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조선 해양 박람회 ‘노르시핑’ 기간 글로벌 선주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HD현대)
아울러 올해 초 CES 2023에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내년 초에 열리는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신임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