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기다려 검사"…방역패스·확진자 폭증에 선별진료소 '아수라장'

by이용성 기자
2021.12.14 16:30:05

13일부터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적용
백신 미접종자 코로나 '음성' 증명해야
주요 선별진료소 시민 발길 이어져 혼잡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증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방역패스가 전날부터 본격 확대·적용되면서 선별진료소가 혼잡을 겪고 있다. 시민들이 검사소에 몰려들면서 두 시간이나 걸려 검사를 완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를 감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패스 시행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며 전면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사람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용성 기자)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앞 선별진료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오후 2시부터 운영을 재개하는 서울역 광장 앞 선별진료소 앞은 오후 1시쯤부터 시민 100여명이 줄을 서고 검사 순서를 기다렸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50m가 넘는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영하권을 오가는 추위에 방한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하나둘 나타나더니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을 둘러 금세 긴 꼬리가 만들어졌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대에는 혼잡이 더욱 심해진다. 13일 서울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선별진료소에는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몰리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 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음성 확인서’를 받기 위해 방문한 사람도 있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알레르기가 있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A(38)씨는 “정부가 개개인에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모르고 있는데, 무턱대고 백신 접종을 할 수가 없었다”며 “방역패스를 강요하는데 무책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허모(29)씨는 “1차 접종 이후 심장에 통증이 느껴져서 2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며 “방역패스가 어딜 가나 적용되기 때문에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생활하는데 불편을 겪어서 오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선별진료소) 휴식 시간에 딱 걸려서 2시간 만에 검사를 받았다”며 “앞으로 계속 이런 생활을 할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선별진료소를 찾은 최모(51)씨는 “지금까지 벌써 5번 넘게 PCR 검사를 받았는데 또 왔다”며 “전에는 이렇게까지 기다려보지 않았는데 요새 방역패스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B(34)씨도 “같은 건물에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층은 다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았다”고 말했다.

당국이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선별진료소는 앞으로도 더욱 붐빌 것으로 보인다. 13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 결과 등을 증명해야만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긴 시용자·관리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는 주기적으로 선별 진료소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선별진료소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556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부터 1주일 신규 확진자는 7174명→7102명→7022명→6977명→6689명→5817명→5567명이다. 특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이날 기준 각각 906명·94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과 의료인들이 짊어지게 됐다. 허모씨는 “선별진료소에서 매번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니 짜증이 난다”며 “2월부터는 청소년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하는데, 그때 되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간호사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이 언제까지 희생되어야 하냐”며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방역패스만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67개 시민단체 연합은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부작용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생명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며 “방역패스를 당장 철회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