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분의 1' 허공으로?…카카오페이, 수요예측 앞두고 날벼락
by김인경 기자
2021.09.09 16:46:59
금융당국, 핀테크 소집해 '중개 인허가' 원칙 재차 강조
"전금업자 GA 등록 허용한다지만…시기 정해지지 않아"
수요예측 사흘 앞인 25일부터 중개 서비스 중단 위기
"대선정국까지 빅테크 우려 커져…상장에 비우호적 환경"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로 한 차례 기업공개(IPO) 일정을 미룬 카카오페이가 또 다시 풍랑에 휩싸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카카오페이의 핵심 중 하나인 ‘맞춤형 중개서비스’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당장 이달 말 수요예측을 앞둔 카카오페이의 상장에 먹구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 관계자를 불러 소비자 특성에 맞게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6개월의 계도기간을 끝내고 9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발효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법’에 의거해 당국의 인허가를 갖추지 못한 플랫폼 업체들은 금융상품 서비스의 비교 추천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제까지 카카오페이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와 KP보험서비스(과거 인바이유)를 통해 라이선스를 획득,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해 왔다. 실제 작년 카카오페이 매출 중 22.7%, 올해 상반기 매출액 중 32%가 금융상품 관련 매출이었다. 최근에도 다양한 자산운용사의 펀드와 자동차 보험 등을 카카오페이 앱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의 이 같은 행위가 광고가 아닌 ‘중개’라고 판단하고 중개 행위를 하려면 금소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회사를 통한 인허가가 아닌 카카오페이가 직접적인 인허가를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회사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자회사의 앱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카카오페이앱에서 펀드나 보험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당연히 중개판매 행위이며 금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법으로는 전금업자의 금융상품 중개 행위는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보험 중개를 하려면 보험대리점(GA)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카카오페이 같은 전자금융업자는 등록이 불가하다. 은행을 포함해 투자중개업자,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만 GA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는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험을 모집하거나, 광고 형태로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나 여전업법 역시 마찬가지로 전금업체는 제외된다.
지난 5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전금업자도 GA로 등록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빅테크(온라인 플랫폼)의 GA등록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정확한 시기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상태라면 카카오페이는 매출의 30% 수준인 금융투자중개를 하지 못하는 채로 상장을 해야 한다.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9월 29~30일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 5~6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예정일은 다음 달 14일이다.
게다가 카카오페이는 이미 한차례 미루기도 했다. 당초 8월 초 상장을 계획했지만 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상장이 약 2개월 밀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모 희망가도 기존 6만3000~9만6000원에서 6만~9만원으로 조정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주수익원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상장계획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추가적인 변수가 없다면 상장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따라 지속적으로 서비스 개선을 실시해왔고 이번 지도사항에 대해서도 금소법 계도기간(9월 25일까지) 내에 금융당국의 우려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0% 균등공모까지 내세우며 IPO 흥행에 주력하던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이번 제재가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대선 정국이 이어지면서 빅테크의 장악력에 대한 우려들이 커진다면 투심이 식을 수도 있다”면서 “카카오페이의 상장에 우호적인 환경이라 해석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