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8번 환자' 유족, 정부 상대 소송 대법에서도 패소

by노희준 기자
2019.03.29 12:00:00

"정부 과실 증거 부족하거나 인과관계 입증 안 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남성 오모씨의 자녀들이 정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나섰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메르스 38번 환자였던 오씨의 자녀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오씨는 메르스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16번 환자가 들렀던 대전 대청병원에 2015년 5월14일 입원했다가 같은해 6월2일 메르스 확진 판결을 받은 뒤 같은해 6월15일 폐렴 및 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오씨 자녀들은 정부가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데다 방역망에 허점이 발견된 2015년 5월28일경 의료기관에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아 오씨가 메르스에 걸려 사망했다고 정부의 배상책임을 주장했다.

1심은 정부의 메르스 역학조사가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메르스 진단 검사를 거절·지연한 것은 재량의 범위를 일탈해 현저히 부당하다”고 봤다.



다만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공무원들의 과실과 오씨의 감염 내지 진단 지연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씨 감염 및 사망 책임을 정부의 역학조사 부실로 돌리기 어렵다는 취지다.

1심은 병원명 정보공개 지연에 대해서도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 등을 해태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지라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와 오씨의 메르스 감염 내지 진단 지연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편, 법원은 오씨 자녀들이 대청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주장 역시 기각했다. 오씨 자녀들은 오씨가 2015년 5월24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대청병원이 메르스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았고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즉시 충남대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병원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오씨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16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은 2015년 5월31일에야 비로소 이뤄졌다”며 “대청병원 의료진이 그 이전에 오씨 증상을 메르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의심할 수는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병원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씨 자녀들은 병원을 대상으로는 상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