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4.02.17 17:51:45
집주인들 소득 노출 꺼려..월세 소득공제 거부 다반사
"거래·보유세 감면 혜택 줘야"..정부 "임대 양성화 방안 마련"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임대사업자를 양성화해야 한다. 이것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새해 들어 국토교통부와 주택업계 관계자들이 몇 차례에 걸쳐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불안한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최근 만난 자리에서는 “임대사업자 양성을 위해 세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주택협회 등 주택건설 관련 단체들은 이후 보다 구체적인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업계에서 건의한 내용을 포함해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임대사업자 등록의무화가 안돼 임대료 체계가 불분명하고, 세금 관리에도 헛점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인구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주택자 규모는 144만가구에 달하지만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한 비율은 3%(4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가거주자가 아닌 820만가구 중 제도권 임대주택 거주자는 150만가구 밖에 안된다. 지난 정부 때부터 민간 임대시장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시행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임대사업자 제도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문근식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자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세입자의 80%가 비제도권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입자 대부분이 주택 임대차 보호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제도권 임대주택의 경우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를 막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월세 대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집주인의 소득이 드러나지 않다 보니 정부로서도 제대로 세금을 걷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 1채 이상을 임대하는 매입임대사업자에게 취득·양도·재산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주고, 3채 이상을 임대할 땐 소득세도 20% 깎아주고 있다. 하지만 취득세 면제는 전용면적 60㎡ 이하일 경우로, 이마저도 신규 분양주택에만 적용된다. 양도세 중과세 미적용도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남는 것은 재산세 감면 혜택인데 임대주택은 대부분 소형이라 재산세 비중이 크지 않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형범 주택정책팀 차장은 “다가구 주택의 경우 20호로 구성돼 있다 해도 한 채로 간주해 소득세는 물론 양도세도 내지 않는다”며 “집주인이 재산세 혜택을 보려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업계는 임대사업자에게 거래·보유세 감면 혜택을 줘야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취득세 면제 주택을 기존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확대하고, 재산세도 60㎡ 이하까지는 면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5년 임대주택에 대해선 양도세를 아예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00년 정부는 5년 이상 임대한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준 바 있다.
업계는 또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선 증여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집주인이 10년 이상 임대해야 하는 데다 월세 역시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는 등 집주인이 다소 불리한 만큼 파격적인 세 혜택이 주어져야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준공공임대 정책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시행됐지만 민간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혜택 부분은 지자체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지만, 세제 혜택을 늘리는 건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지자체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