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소영 “내년 1분기 ESG 공시 기준 공개”

by최훈길 기자
2023.10.31 14:00:00

금융위 부위원장, 구체적인 공시 기준 예고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X ESG포럼 2023’에서 “ESG 공시기준에 대해서는 기업·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체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논의를 거치겠다”며 “내년 1분기(1~3월) 중에 국내 기업에 적용될 ESG 공시기준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금융위는 자산 2조원 이상 자산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하는 ESG 의무공시를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격인 ‘IFRS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서’조차 충분히 논의가 안 됐고 미국 등 해외도 신중히 검토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과속하면 후폭풍만 거셀 것이란 업계 우려가 컸다. (참조 이데일리 10월5일자 <[단독]ESG 의무공시 1년 늦춘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6일 민관이 참여한 ESG 금융 추진단 제3차 회의를 열고 ESG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31일 “ESG 의무공시의 보다 세부적인 기준, 대상, 시기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에 국내 ESG 공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내년 2분기부터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의 축사 전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안녕하십니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소영입니다. ‘KRX ESG 포럼’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오늘 논의의 장을 만들어주신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발표자, 토론자, 그리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반가운 인사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 화두가 된 것은 단연 ESG를 필두로 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논의일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 이행과 같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ESG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부각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이를 우리 경제가 직면한 새로운 유형의 도전과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ESG 금융 추진단’을 구성하여, ‘공시-평가-투자’로 이어지는 ESG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하여 추진 중에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있다시피,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다짐입니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 이슈에서 촉발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논의는 이제 생물다양성 회복 문제나, 인적자본 축적과 같은 다양한 이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ESG 분야의 거대 담론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글로벌 어젠다를 실현시키는 것은 결국 개별 경제활동주체인 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아무리 원대하고 훌륭한 목표도 기업의 일상적 비즈니스에 맞닿아 있지 못하면 그로부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기업의 ESG 공시는 ESG 정책의 출발점이자 근간(根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SG 공시가 투명하고 충실히 이뤄졌을 때 ESG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ESG 경영이 촉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ESG 경영체계가 잘 작동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더 높은 수준의 공시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SG 공시제도가 ESG 정책 선순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이유이며, 최근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에서 ESG 공시규제를 보다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ESG 공시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술혁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영에 부담 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벌 공시표준과의 정합성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기업의 특수성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연구용역과 공개세미나, 그리고 3차례에 걸친 ESG 금융 추진단 회의 등을 통해 기업, 투자자, 민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내 ESG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내 ESG 공시제도를 ‘2026년 이후’ 의무화하되,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상장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ESG 의무공시의 보다 세부적인 기준, 대상, 시기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구체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ESG 공시기준에 대해서는 기업·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회의체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논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중에 국내기업에 적용될 ESG 공시기준을 구체화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ESG 경영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 중입니다. 공시 가이드라인, 인센티브를 포함하여 제도도입 초기에는 규제부담을 완화하는 등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보다 효과적인 기업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ESG 자체가 가치판단적 요소가 있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ESG 공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오늘 포럼이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포럼에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분들의 논의를 통해 국내 ESG 공시제도가 나가야 할 방향이 조금 더 뚜렷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