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인텔 추격…삼성 대응 관건은 ‘수율’
by김응열 기자
2023.09.20 16:06:44
“삼성 넘겠다”는 인텔, 1.8nm급 웨이퍼 기술 과시
선단제품 양산계획 앞서지만…“수율 안정화 의문”
“GAA 공정 노하우 쌓은 삼성이 수율 확보에 유리”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를 밀어내고 내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인텔이 1.8나노미터(nm·1억분의 1m)급 18A 웨이퍼 시제품을 처음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선단공정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율이 중요하다며 인텔이 삼성전자를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인텔 이노베이션 2023’ 행사를 열고 1.8나노 웨이퍼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8나노 웨이퍼는 인텔이 오는 2025년 양산을 계획 중인 제품이다. 행사에 참석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이 제시한 ‘4년 내 5단계 공정 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나노미터급 인텔18A 웨이퍼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인텔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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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부터 인텔을 이끈 겔싱어 CEO는 취임 후 5개 공정을 4년 안에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5개 공정은 △인텔7(10나노급) △인텔4(7나노급) △인텔3(4나노급) △인텔20A(2나노급) △인텔18A(1.8나노급) 등이다. 현재 인텔은 인텔4 공정의 제조 준비를 마쳤고 인텔3도 연말까지 제조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인텔이 계획대로 2025년에 1.8나노급 제품까지 양산하면 선단공정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3나노 반도체를 양산 중인 삼성전자는 2025년에 모바일향 제품을 중심으로 2나노 반도체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인텔의 1.8나노보다 선단공정인 1.4나노 반도체는 2027년부터 만든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인텔의 추격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삼성전자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선단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인텔은 지난 2018년 7나노 공정에서 수율 확보 등 기술적 한계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인텔은 파운드리를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운영한 만큼 외부 고객사 요청에 부합할 수준의 제품과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수율 확보에선 삼성전자가 인텔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법을 이미 양산 중인 3나노 제품에 적용해 노하우를 쌓고 있다. 인텔은 20A 제품에 GAA의 자사 브랜드인 리본펫을 적용할 계획인데 내년 상반기에나 20A를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를 다시 한다고 선포했지만 대형 고객사 확보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다”며 “현재로선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수준”라고 언급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는 “더 좁은 선폭의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해도 사업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인텔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18A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