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명낙회동…"신당 무책임"vs"이재명 반성" 갈라진 민주당

by김유성 기자
2023.12.18 17:14:01

용산 CGV `김대중` 영화 시사회장 회동 불발
이재명 자리 피한 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당내 이낙연신당 반대 목소리↑ 연판장 돌기도
비명계 "그래도 만나라" 이 대표에 목소리 높여

[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외면했다.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에서 주목했던 명낙회동(이재명과 이낙연의 만남)이 무산된 것이다. 당분간 명낙회동은 기약이 없게 됐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한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18일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의 김대중’ VIP시사회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초청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회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에서 오후 7시 시사회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정세균 전 총리도 노무현재단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했다. 호남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이 오후 2시 본 행사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는 대신 김부겸 전 총리와 환담을 나눴다. 이 대표는 김부겸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총리를 다시 만나 여러 조언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앞쪽 오른쪽 첫번째)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사진 앞쪽 왼쪽 첫번째), 김부겸 전 국무총리(사진 앞줄 가운데) 등과 함께 영화 제작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의 조우를 피할 것이라는 관측은 그전부터 있었다.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도 이 대표는 참석했지만 이 전 대표는 불참했다. 이 전 대표는 본인 대신 자신의 동생을 행사장에 보냈다.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 행사에서 이 전 대표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때도 이 전 대표는 의례적인 악수 정도만 했을 뿐 홍 원내대표를 외면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가 본격적인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이 구체화되는 모습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이탈 현역 의원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원칙과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도 이재명 비판론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신당 합류에 대해서는 발을 뺐다. 당내 비명계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급발진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 개인 욕심으로 당을 만든다면 반대”라고 말했다.



원칙과상식도 신당보다는 민주당 내 통합비상대책위 출범에 무게중심을 뒀다. 통합비대위 출범 여부를 보고 향후 계획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명계이거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이낙연신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8일까지 서명자가 115명을 기록했다. 이 중에는 계파색이 옅은 당내 중진 의원이나 비명계 의원도 몇몇 포함됐다.

강 의원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양극화된 정치 때문에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했는데, 집권여당 민주당을 이끌었던 전직 당 대표로서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민주당에 문제가 있다면 민주당 안에서 싸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분열을 막기 위해 이재명 대표가 좀 더 분전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 나왔다.

민주당 내 비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표에 이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을 만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를 분열의 틀로만 보지 말고 총선 승리를 향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달라”고 요청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라디오에 나와 “총리까지 지내고,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분, 당 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그런 선택을 할 때는 설득하는 노력이 좀 먼저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원칙과상식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처럼 연판장 돌리고 거칠게 비난만 하면 골은 깊어지고 분열은 기정사실화된다”며 “반성이 없는 통합 요구가 더 당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