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지분경쟁서 한발 앞선 하이브…결과는 오리무중
by이정현 기자
2023.03.06 16:04:08
법원, 이수만·하이브 측 손 들어줬으나 카카오 반격 가능성
주총 앞두고 지분 경쟁 재격화 따른 주가 부양 전망
돌발변수多…일각선 보수적 접근 제안하기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에스엠(041510)을 놓고 하이브(352820)와 카카오(035720)가 벌이는 지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대 변수로 꼽히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하이브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면서다. 하이브가 한발 앞서고, 카카오가 주춤하게 됐으나 이달 말 주주총회까지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분경쟁 격화에 따른 주가 부양 가능성을 다시 점치고 있다.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 거래일보다 2.35%(4400원) 오른 19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고, 투자자금의 긴급한 조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에스엠 주식 9.05%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으며, 15.8% 및 공개매수 성공분 일부를 확보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날 에스엠은 장중 한때 12만5000원 선이 무너지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다 0.70%(900원) 오른 13만100원에 강보합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한발 앞서긴 했으나 카카오의 반격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지분율이 낮을 경우 카카오가 인수전에서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을 앞두고 다시한번 지분 경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총괄프로듀서로부터 주총 의결권을 위임받은 하이브는 주총에서 7인의 신임 이사진 후보를 선임시키는 게 목표이며 에스엠 경영진도 과거 체제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기존 이사진 전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고,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6인 등 신임 이사진 후보를 추천했다.
양측의 의결권은 하이브 진영이 하이브 15.79%, 이수만 전 총괄 3.65% 등 19.44%를 확보했으나 현 경영진 진영은 이번 가처분 신청의 인용으로 1%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잔여 의결권 구성은 국민연금 8.96%, KB자산운용 5.12%, 컴투스 4.2%, 그리고 소액주주 약 61%로 추산되며 하이브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유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매수 분을 차치하고 보면 보유 지분율은 20% 미만으로 경영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10% 이상의 추가 매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카카오의 경우 30% 이상 지분을 단기간에 공개매수 또는 블록딜 형태로 가져와야만 인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주주총회 개최 이전에 카카오가 공개매수 등의 방법을 통해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에스엠 인수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긴 했으나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만큼 양측이 총력전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에스엠 측은 최근 하이브가 자사 주식의 블록딜을 권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며 “블록 딜 루머가 자본시장법 의무공개매수 위반으로 볼 여지가 높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에스엠을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벌이는 경쟁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주가 부양 가능성에도 에스엠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제안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에스엠이 보유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 등으로 수익성이 보장되긴 했으나 지분 확보 경쟁 심화로 주가가 일부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은 변수에도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