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고시원 이웃 폭행 사망…'상해치사죄' 인정된 이유는

by김대연 기자
2021.11.29 15:27:53

동부지법, ''상해치사'' 혐의 천모씨 징역 3년 6월 선고
술 마시다 고시원 이웃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사망할 만큼 폭행하지 않았고 사망할 줄 몰랐다" 주장
法 "목격자 진술, 부검 등 상해-사망 간 인과관계 있어"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일용직 근로자 천모(40·남)씨는 지난 5월 25일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 서울 강동구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며 알고 지내던 A(56·남)씨와 지인 등 세 명이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천씨는 술에 취한 A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주먹과 발로 A씨의 뺨과 가슴 등을 수차례 때렸다. 흉골·늑골 골절 등 상해를 입은 A씨는 다발성 손상으로 하루 만에 자택에서 숨졌다. 천씨는 폭행·상해·재물 손괴 등 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포함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는 전과자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천씨는 결국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천씨는 A씨를 폭행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본인 때문에 A씨가 사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폭행으로 A씨가 사망할지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해치사죄는 상해 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윤경아)는 천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감정서와 목격자의 진술, 사망 전 박씨를 찾아갔던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천씨의 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부검감정서상 A씨의 상해 부위와 천씨의 폭행 부위는 일치했다. 또 사건 당시 이들과 술자리에 동석한 지인도 “덩치가 큰 천씨가 왜소한 A씨를 한 대 때릴 때마다 A씨가 ‘픽픽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천씨는 186cm의 약 100kg으로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과거 5년가량 유도를 배운 적도 있는 반면, A씨는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할 뿐 아니라 뇌연화증·심비대·지방간 등을 앓고 있어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다.

특히 사건 직후 고시원 원장이 A씨가 평소와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공무원이 A씨에게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고 제자리에서 일어날 때 휘청거리며 주저앉는 등 위험한 상태였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또 재판부는 천씨가 폭행으로 A씨가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둘 간 신체조건 차이뿐만 아니라 천씨가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A씨를 만난 적이 있어 A씨가 허약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약한 체격을 가진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해 사망하게 해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