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섬으로도 번졌나…백령도서 의심신고(종합)

by이명철 기자
2019.10.04 16:33:09

북한 인접한 섬 지역…확진여부·감염경로 정밀 조사
멧돼지 포획 강화, 접경지역 일대 집중 소독 실시
파주·김포시 6만여마리 전량 처분…수매·살처분 조치

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 후 생석회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경기 파주·김포시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데 이어 섬 지역인 백령도에서도 추가 의심신고가 나왔다. 정부는 의심지역에 대한 긴급방역조치와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실시한다. 경기·인천·강원의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연장하고 파주·김포시의 관내 모든 돼지에 대한 전량 수매·살처분을 실시한다.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커진 만큼 비무장지대(DMZ) 등 접경지역 내 집중 소독을 진행할 예정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인천 옹진군 백령면 소재 돼지농장에서 ASF 의심축 신고를 접수했다. 1개소(275여두 사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축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주는 60일령 돼지 7마리의 폐사를 확인하고 옹진군에 신고했으며 농식품부는 긴급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해당 농장은 275여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으로 반경 3km 내 다른 돼지농장은 없다.

이번 의심 농장은 차량이 이동할 수 없는 섬 지역이기 때문에 멧돼지 접촉이나 군부대의 잔반 급여 등 감염 경로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1차 부검상으로는 (ASF 확진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없어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에 자세한 역학 사항은 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접경지역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경기·인천·강원에 발령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4일 오전 3시 30분부터 6일 오전 3시 30분까지 48시간 연장했다. 이 기간 중 축산관련 시설과 차량에 대한 일제 청소와 소독을 실시한다.

전날 야생멧돼지에서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를 검출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방역 대책을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민간통제선 안팎과 하천 지역, 주요 도로 등 철저한 소독을 시행한다. 또 DMZ 내 ASF를 발견한 만큼 군인이나 차량 이동 관련 집중 소독도 병행한다.

환경부도 멧돼지 포획을 확대하는 등 개체수 조절을 강화하고 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접경지역 시·군과 전국 양돈농가 주변의 포획을 강화해 조치 이전대비 두배 정도 많은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다”며 “이번 DMZ에서 (ASF가) 나온 것과 관련해 추가 조치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총기 포획은 접경지 9개 시·군에서 금지했다.

11차 발생농가인 파주 적성면 돼지농장처럼 미등록 무허가 축사의 방역이 취약할 수 있음을 감안해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과 함께 전국 미등록 농가에 대한 긴급 조사를 진행하고 불법 축산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ASF 확산 차단을 위한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4일 오전 6시 현재 살처분 대상은 89개 농장, 14만2831마리로 이중 10만4838마리 살처분·매몰을 완료했다.

여기에 최근 ASF가 연이어 발생한 파주·김포시에 대해 결정한 반경 3km밖 돼지에 대한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연천군도 조속히 논의해 발생농장 반경 10km 내 돼지 대상으로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매는 이날 시행해 8일까지 진행하고 수매대상은 관내 생체중 90kg 이상 비육돈으로 정했다. 관내 발생농장 반경 3km 내 기존 살처분 대상농가는 수매대상에서 제외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경기·파주 지역에서 기존 살처분 대상 외 사육돼지는 6만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수매 대상인 비육돈은 1만7000마리 가량이다. 나머지 4만3000여마리에 대해서는 살처분을 진행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수매 대상이 모두 신청할 경우 수매에 95억원, 살처분에는 112억원 등 총 207억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활한 수매 진행을 위해 경기도와 파주·김포시에는 수매 상황반을 설치·운영하고 관내 양돈농가 대상으로 신청 방법과 절차를 안내할 계획이다. 생체중 90~110kg 돼지는 110kg 수매가격으로 정산한다. 110kg 이상은 지육 중량에 110kg(규격돈) 지육단가를 곱한 가격으로 정산할 계획이다.

농가에서 수매를 신청하면 가축방역관 또는 공수의의 사전 정밀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지정 도축장에서 출하가 가능하다. 도축장에서 추가로 임상‧해체 검사를 거쳐 안전한 돼지만 도축한 후 비축 조치한다. 수매 완료 후에는 남은 돼지 전량을 예방적 살처분한다.

살처분을 실시한 농가는 재입식(재사육)을 하기 위해서는 방역 조치와 점검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ASF 추가 발생이 없을 경우 살처분 매몰 후 30일 후 이동제한이 해제되고 다시 40일동안 농창 청소와 소독을 실시한다. 이후 60일간 시험 돼지를 통해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오 국장은 “농가에서 방역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입식 제한이) 연장되기 때문에 언제 입식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살처분 농가애는 6개월까지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농장 위치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