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3.12.11 17:47:05
시범지구 물량 반토막
목동·안산 등 5곳 7900가구→3450가구
당초 상업복합단지 계획
물량 줄어 취지 훼손
[이데일리 김동욱 박종오 기자]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 사업이 첫삽도 뜨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종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대폭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시범 사업지구 물량도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주민 반발에 부닥쳐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줄이면 그동안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통 혼잡과 주변 임대시장 영향 등의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업 계획을 잇달아 수정하면서 행복주택 정책이 애초 정부가 제시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업이 아예 틀어지기 전에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처음부터 정부가 부실하게 설계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행복주택 14만가구 건설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연내 시범지구에서 1만가구를 공급하고 2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 중 아직 지구 지정이 안된 목동·안산·송파·잠실·안산(고잔) 등 5곳의 공급물량을 종전 7900가구에서 3450가구로 56% 줄이기로 했다. 행복주택 사업은 임대주택만 짓는 것이 아니라 호텔·업무 및 상업시설 등도 함께 조성하는 복합개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임대주택 사업의 단점으로 지목된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라는 낙인효과를 없애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조치다.
그러나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면 그만큼 기반시설 필요성도 낮아져 기존의 개발 콘셉트를 유지하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구 수가 절반 줄면 그 안에 들어가는 편의시설도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통해 행복주택 건설 부지 범위를 국·공유지 외에도 도시재생 용지 등으로 크게 넓혔다. 뉴타운 해제지역은 물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주택 용지 등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복주택이 주거·상가·업무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단지가 아니라 그저 도심과 가까운 임대주택 정도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