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살' 사건 여파…日정부 "통일교 해산 명령 청구할 것"

by김겨레 기자
2023.10.12 14:50:29

이르면 13일 도쿄재판소에 해산 명령 청구
해산 명령 판결 땐 세제 혜택 등 박탈
임의단체 존속·종교 활동은 가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으로 문제가 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키로 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통일교 도쿄본부.(사진=AFP)


1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이날 열린 종교법인심의회에서 종교인 및 법학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13일 도쿄지방재판소에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해산 명령을 청구한 후에는 도쿄지방재판소가 문부과학성과 통일교 양 쪽 모두의 의견을 듣고 해산 명령 여부를 판단한다. 판결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도쿄지방재판소가 통일교 해산 명령 판결을 내리면 통일교는 종교법인의 자격을 상실해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임의단체로 존속할 수는 있으며 종교 활동도 가능하다. 앞서 도쿄 지하철역 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해산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통일교의 고액 헌금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 때문이다. 당시 총격범은 범행 동기에 대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의 헌금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0월 통일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종교법인법 상 질문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통일교에 대해 질문권을 7차례 행사해 조직 운영, 고액 헌금, 수입·지출 등 최소 600개 이상 항목에 대한 보고를 요구했다. 통일교는 특정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신도들이 믿게 만들어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종교법인법의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 단체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조사한 결과 해산명령 청구 요건인 △조직성 △악질성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통일교 측은 고액 헌금에 강요는 없었으며, 교단 활동이 해산명령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교 신자 5만3000여명은 전날 해산명령을 청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기시다 총리와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