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테일러메이드 지분 확보 나선 F&F…이유는 몸값 폭등?
by김성훈 기자
2022.05.26 15:20:45
F&F 테일러메이드 추가 지분 확보 조짐
F&F "적극적 경영참여 위한 조치" 설명
투자자들 "투자 1년도 안됐는데…" 반응
급등하는 몸값…우선매수권 사수 분석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해 글로벌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의류 판매업체 F&F(383220)가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F&F 측은 테일러메이드 인수 9개월 만에 기관투자자(LP)들에게 ‘원금 대비 2배를 쳐 줄 테니 지분을 팔라’며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F 측은 테일러메이드의 적극적 경영 참여를 위한 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영사 센트로이드PE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투자 1년도 안 된 지분을 팔라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지난해 글로벌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의류 판매업체 F&F(383220)가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테일러메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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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F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때 자금을 댄 LP들에게 지분의 조기 현물 분배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투자 구조는 △인수금융 7억1200만 달러(약 8200억원) △중순위 메자닌(상환우선주) 4억500만 달러(약 4600억원) △후순위 지분투자(에쿼티) 5억3200만 달러(약 6100억원)로 이뤄져 있다.
F&F가 에쿼티 6100억원 가운데 358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투자자(SI) 지위를 꿰찬 가운데 MG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하나금융투자 등이 나머지 자금을 냈다. F&F가 의사를 타진 중인 대상들도 에쿼티에 투자한 LP들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 인수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F&F가 발빠른 행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F&F 측은 “F&F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아시아 시장 경험 등을 테일러메이드에 접목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며 “그러나 현재 인수 구조는 적극적 경영 참여가 어려운 상태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F&F의 행보를 두고 센트로이드PE와 투자자들의 반응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자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현재 계획 중인 미국 증시 상장 이후인 4~5년을 투자 회수 기간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인수 9개월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분 매각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익률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적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F&F는 원금 대비 2배를 쳐주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배로 엑시트(자금회수)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현재 테일러메이드 성장 곡선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테일러메이드의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2020년 1억13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20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인수금융을 제한 에쿼티 가치만 놓고 보면 산술적으로 4배 가까이 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일러메이드 우선 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F&F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분 가치가 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F&F는 테일러메이드 지분 50% 이상을 획득하기 위한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을 가져올 때 인수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시장가에 따라 최종 인수 규모가 결정되는 셈이다. 미 증시 상장까지 이뤄질 경우를 따지면 지금보다 지분 가치가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F&F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SI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 시기적으로 무르익거나 운용사(GP) 쪽에서 사전에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지분 매입은) 두 사례 다 적용되지 않는 사례”라며 “F&F가 현재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더 파격적으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