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집'…서울시 실험적 주택공급, 성공할까

by정병묵 기자
2018.12.26 15:38:15

프랑스 '리인벤터 파리', 독일 '슐랑켄바더 슈트라세' 모델
도로위, 빗물펌프장에 부지 만들어 주거시설 조성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주민반발, 건축비 등 해결과제

북부간선도로 입체화를 통해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고속도로 위에 조성한 독일 ‘슐랑켄바더 슈트라세(Schlangenbader strabe)’같은 건축물을 앞으로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부족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도로 위에 건물을 짓는 이색 사업을 펼친다. 다만 인공지대 조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예산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시는 26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공급에 대한 세부계획’을 통해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경의선 숲길 청년지원시설 △은평구 증산동 빗물펌프장 청년창업시설 등을 지어 총 16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600가구 모두 공공 임대주택이다.

우선 도로 위에 건물을 짓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이 눈길을 끈다. 신내IC~중랑IC 구간 북부간선도로 상부 500m 구간에 2만5000㎡규모 건물을 지어 1000가구를 공급한다. 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공사 완료 후 도로가 인공대지 위 주택가 사이의 터널을 관통하면서 지나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 사례가 몇 있다. 슐랑켄바더 슈트라세는 독일 아우토반 104번 고속도로 위에 지난 1974년부터 1981년까지 총 6년간에 걸쳐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5km 길이에 이르는 고속도로 인공지반 위에 1215가구의 아파트를 조성했다.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게이트 타워’도 도로가 관통하는 건물로 유명하다. 16층 높이 오피스 빌딩의 5층과 7층 사이를 한신 고속도로가 뚫고 지나간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 방문 중 ‘리인벤터 파리(Reinventer Paris)’ 계획을 접하고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리인벤터 파리는 파리시가 추진 중인 도시공간 혁신사업으로 오는 2022년까지 시내 도로·철도·공터 등 유휴부지 22곳을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대표 건물은 파리 17구 외곽순환도로 위에 들어서는 1만8000㎡ 규모의 ‘복층 도시’로 1만1000㎡에 사무실이, 나머지 공간 주택 및 상가가 입주할 예정이다.

시는 또 서대문구 연희동 경의선 숲길공원 인근 유휴부지(4414㎡)에 청년지원시설을 지어 30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은평구 증산동 지하 빗물펌프장 부지(5575㎡)에도 건물을 올려 공원, 청년창업시설과 함께 임대주택 300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다만 임대주택 입주를 꺼리는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변수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부지에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 행복주택 시범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 공사비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빗물펌프장 위에 데크 설치공사를 진행해야 해 3.3㎡당 건축비가 3000만원이 될 것이라며 당시 양천구청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입주한 서울 오류·가좌지구의 행복주택도 당시 3.3㎡당 건축비가 약 1700만원으로 민간 아파트의 4배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사업에 국·시비 및 기금 총 2577억원으로 예산이 책정된 만큼 자금 조달 계획은 문제가 없다”며 “사업지에 공원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인근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