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승자의 저주'?...낙찰가 적절성 논란

by신상건 기자
2014.09.18 16:03:13

부동산 업계 "수익성 불투명..재무부담 커"
현대차 "통합사옥 구축, 미래가치도 충분"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현대차그룹이 18일 한전부지를 10조 5500억원에 낙찰받으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찰가가 감정가인 3조 3346억원을 세 배 이상 웃도는데다 한전부지 개발의 수익성이 불투명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부지 전체 면적이 7만9342㎡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낙찰가는 3.3㎡당 4억3879만원에 달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실수요 입주라고 해도 현대차그룹의 낙찰가가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지 매입 비용에다 개발비용까지 더하면 한전부지 개발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1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초기에 토지비로 너무 많은 투자 비용이 발생해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주변 지역 땅값이 3.3㎡당 2억원 수준인데 한전부지는 두 배가 넘는 4억3800여만원”이라며 “토지 면적이 크면 단가가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데 한전 부지는 이를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이 아무리 자동차에 특화된 랜드마크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극대화하지 않는 한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더라도 낙찰가는 7조~8조원 수준이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현대차 등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일보다 2만원(9.17%)나 하락한 19만8000원에 마감되면서 20만원선이 붕괴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에 수익성 부동산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낙찰가가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년간 강남지역의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9%에 달했기 때문에 미래가치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통합사옥이 없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400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통합사옥이 설립되면 연간 금리 3%를 적용했을 때 약 8조원의 재산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낙찰가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