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어쩌다…명운 건 파운드리사업 3년만에 매각 검토(종합)
by김정남 기자
2024.08.30 17:10:25
블룸버그 "인텔, 파운드리 매각까지 검토"
과거 영광 재현 위해 2018년 재진출했는데
창사 56년 최악 실적 부진에 매각 카드까지
겔싱어, 시장의 회의론에 "더 민첩해질 것"
TSMC-삼성 미세공정 경쟁구도 공고해질듯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반도체 제국’ 인텔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창사 56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인텔이 야심차게 재추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1만5000명 인력 감축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최악 부진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인텔이 (1968년 설립 이래) 56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파운드리 사업 분사뿐만 아니라 매각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다음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검토한 방안들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는 임박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CNBC 역시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인텔 경영진은 사업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 분사 혹은 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2012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 그룹’을 신설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으나, 잇단 부진으로 2018년 철수했다. 그러나 18세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던 펫 겔싱어가 2021년 최고경영자(CEO)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그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1~2나노대 초미세 공정에 업계 1위 TSMC, 2위 삼성전자보다 빨리 도달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탓에 적자 수준이 심각해지면서 재진출 3년 만에 파운드리 분사 혹은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오랜 기간 거래한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통해 파운드리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는 파운드리를 통해 과거 반도체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겔싱어 CEO의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인텔은 올해 2분기 16억11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겪었다.
올해 인텔 주가는 다른 주요 반도체주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사이 60% 가까이 급락했다.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인텔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순위 16위에 그쳤다. 시총 1위 엔비디아와 차이는 33배가 넘는다.
최근 인텔 이사회에서 사임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CEO가 회사를 떠난 것은 인텔의 위험회피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문화 때문이었다는 로이터의 보도까지 전해졌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중간 관리자들이 사내정치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겔싱어 CEO 역시 인텔을 바라보는 시장의 회의론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도이치방크 기술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사업을) 더 민첩하게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서는 “우리는 여러 고객사들이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인텔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고 배당급 지급을 중단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만약 파운드리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더 강력한 조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시 철수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경쟁 2파전 구조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3나노 공정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는 두 곳밖에 없다. 1~2나노대 기술 경쟁이 가능한 곳 역시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