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 맞닥뜨린 SK이노·E&S 합병
by김성진 기자
2024.08.22 16:43:12
지분 6.2% 보유한 2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관건
총액 8000억원 넘을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재무구조가 악화한 배터리 계열사 SK온을 구출하고 통합 에너지 솔루션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반대에 맞닥뜨렸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 6.21%(594만1126주)를 보유한 2대주주로, 만약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당초 SK이노베이션이 한도로 정했던 8000억원을 초과해 합병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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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제 10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며 ‘반대’ 의사를 결정했다.
관건은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국민연금은 현재 SK이노베이션 주식 594만1126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주식매수청구권까지 행사할 경우 그 규모는 대략 6651억원으로 추산된다. 합병 반대의사만 표시하고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SK E&S와의 합병결정을 공시하며 주식매수청구 행사 가격은 1주당 11만1943원으로 정하고 총한도는 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주식 전량을 매수청구할 경우 주식매수권청구 한도인 8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공시에서 “8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합병 당사회사들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식가격은 1주당 10만6200원에 마감했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이 11만1943원인 점을 감안하면 1주당 5743원의 차익을 볼 수 있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6일까지 반대의사를 접수하고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주주총회 당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합병 반대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움직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매수청구총액이 8000억원을 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합병을 강행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조건을 다시 설정해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고 주주들의 반대가 없을 경우 오는 11월 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에너지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전 밸류체인과 배터리 사업을 영위한 SK이노베이션과 LNG, 수소, 재생에너지에 강점을 갖춘 SK E&S를 합쳐 에너지 밸류체인 전 영역을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양사가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 수준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특히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해 현재 위기를 겪는 배터리 사업에 추가 투자할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합병회사는 양사 시너지를 통해 2030년 2조원 이상의 추가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