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유예, 종부세 재검토`에 정책수장·기재위는 반대

by이수빈 기자
2024.07.12 17:51:34

이재명, 당대표 출마 회견서 세제 개편 논의 띄워
당 정책위와 기재위 소속 의원들 "난감할 따름"
당장 이슈 축소 급급…19일부터 논의 돌입할듯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주장이 민주당 세제 개편 논의를 촉발시켰다. 차기 당대표로 유력한 이 후보와 당 정책라인·상임위원회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 후보는 10일 자신의 출마 기자회견에서 금투세에 대해 “다른 나라 주식시장은 계속 성장해서 주가지수가 올라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주식시장만 역주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많은 국민들께서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하는 게 맞나”라고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근본적으로 (증권)거래세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행 시기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공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차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기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돼 2023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5년 1월로 유예됐다.

민주당은 그간 금투세를 내년에 원칙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민주당의 정책 수장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당 입장을 검토해야겠다 싶으면 (당대표) 재임시기 지시를 했을 텐데,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진 의장은 그간 정부가 금투세 유예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강하게 비판하며 2025년에 시행하겠다고 해왔다.

그는 “대표가 되고 나서 그 얘기(금투세 시행 유예)를 하더라도 지도부 결심만으로 될 문제는 아니고 당내 토론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당내 의견이 이 후보와 다르다는 점도 내비쳤다.



민주당 소속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금투세 시행에 뜻을 모으고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이미 기재위에서는 입장 정리가 끝났다”며 “갑자기 이런 입장을 보이는 것이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두고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편,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저항을 만들어 낸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발언했다. 이 역시 당 정책라인과 상반된 입장이어서 의견 수렴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 직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주장으로 종부세 논쟁을 치른 바 있다. 그 당시에도 진 의장은 “당은 신중하게 문제에 대해 접근할 것이고 의원들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좀 접근해주셨으면 하는 말씀 반복해 드리고 싶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또 “지금은 정부가 꺼내 들고 있는 감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세수 확보 대책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라며 감세 기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이 세제 논의를 조심스러워 하는 것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중산층의 입장이 명확히 나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논쟁을 촉발시켰지만 민주당이 “후보자가 제기한 문제를 당의 공식 테이블에 바로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며 이슈를 축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9일 ‘중산층 강화와 경제 성장을 위한 조세·재정 연구회 세미나’를 열고 세제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