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폭력 사건 조사 시민인권보호관→여성권익담당관 일원화

by양지윤 기자
2020.12.10 14:00:00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발표
자치단체장 성희롱·성폭력 사건, 경찰이나 인권위 조사 제도화 추진
시장실 내 수면실 없애고 비서분야 업무지침 마련
5급 이하 직원 참여 성평등문화 혁신위 상설화…3급 이상은 교육 현황 공개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시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를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한다. 자치단체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경찰이나 국가인원위원회가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내는 한편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 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광장 전경.(사진=서울시 제공)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일 서울시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여성단체, 학계,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 4개월 간 총 18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하고, 위원들 간의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이번 특별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개선 요청사항과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의 제안도 함께 반영했다.

우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를 기존 시민인권보호관에서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하며 인사위원회는 타 안건보다 우선 처리함으로써 최종 징계결정까지 3~4개월 이내 처리한다. 신고부터 징계까지 신속히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 까지 일관되게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조사의 독립성과 관련해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며 사건 발생 시 서울시가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성희롱 없는 직장환경 조성에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한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인권위가 조사한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의 사건 신고 접수 시 직무배제 요건과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하도록 했다.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개선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실시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한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여성폭력방지법에 기초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도 명확히 하며 2차 피해 처리 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키로 했다. 사건 발생시 익명게시판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2차 피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육도 강화한다.

세대별·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해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도 상설 운영한다. 혁신위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반영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구축하도록 운영한다.

이밖에 시장단과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교육을 받고 성인지·성폭력교육 이수현황을 공개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별정직과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수 현황을 별도 관리하고 특히 시장단 비서실 직원에 대해서는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번 특별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대책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또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내에 이행사항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결과 권고사항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추진한다.

김은실 공동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가해자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대책으로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이를 계기로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