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입주자 모셔라…계약금 낮추고 무료 제공 늘리고
by김용운 기자
2019.04.29 12:38:29
건설사 우위 '묻지마 청약' 분위기 반전
아파트 분양 계약금 비율 축소 현장 늘어나
발코니 무료확장 혜택 등으로 예비 입주자 유혹
| 대림산업이 지난 26일 분양한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 에코엔 e편한세상’ 조감도(사진=대림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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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과 당첨권 청약가점대가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분양 아파트의 초기 계약금 비율을 축소하거나 발코니 무료 확장, 시스템에어컨 무상 제공 등을 앞세워 입주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계약금 비중이 20%까지 올랐던 ‘20·60·20’(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의 분양대금 납부방식이 다시 예전 분양가 납부방식처럼 ‘10·60·30’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비 입주자로서는 청약 당첨과 함께 당장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 금액이 낮을 수록 아파트 청약에 따른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26일 모델하우스를 오픈 한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B9블록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의 계약금 비율을 15%로 조정했다. 지난해 5월 하남 감일지구에서 분양했던 ‘하남 포웰시티’의 계약금 비율이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5%가량 예비 입주자들의 초기 금융 부담을 낮춘 셈이다. 대림산업은 이달 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내놓는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 분양시 수 백만원에 달하는 발코니 확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해 예비 청약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방건설도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에 총 1279가구 규모의 ‘대방노블랜드 1차’를 분양하면서 시스템에어컨과 빌트인 콤비냉장고, 손빨래 하부장 등을 입주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실사용 면적도 인근 분양단지보다 넓게 구성해 사실상 무료 확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은 다음 달에 분양하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전용면적 59㎡와 84㎡ 계약금 비중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사당3구역을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총 514가구이며 전용면적 41~84㎡, 15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포스코건설도 전북 군산 디오션시티 A4블록에 5월 초 공급하는 ‘디오션시티 더샵’의 계약 조건을 계약금 10%에 중도금 60%를 무이자 대출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9~145㎡, 973가구며 전 가구 남향 위주 배치와 4베이 이상 설계됐다. 한화건설도 지난 19일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용인시 ‘수지 동천 꿈에그린’ 아파트 분양 조건을 계약금 10%에 중도금 60% 무이자 대출로 내걸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3~4년간 부동산 시세 상승을 타고 들끓던 ‘묻지마 청약’ 분위기가 가라앉고 다시 실속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하면서 공급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높아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16대 1보다 하락한 13.8대 1을 기록했다. 서울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 역시 지난해 4분기 37.5대 1에서 8.6대 1로 급락했다. 청약가점도 서울은 1순위 마감 단지 기준 지난해 4분기 57점에서 44점으로 낮아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3~4월 분양한 서울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도 계약금이 모두 10%였다” 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만 계약금 20%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변지역은 낮아지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도 다시 등장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계약금 비율이 낮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는 단지들이 눈에 띌 수도 있지만 실입주자로서는 주변 시세나 단지의 입지, 미래 가치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