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명' 분위기 속 전준위 띄운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명비어천가'

by이수빈 기자
2024.06.26 16:52:31

민주당, 최고위서 전준위·선관위 구성
이재명 단독 출마 시 추대냐vs찬반투표냐
최고위원들은 "어대명 아니라 당대명"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레이스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당권주자 4파전으로 흥행몰이를 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며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친명(親이재명)’ 최고위원 출마자들은 충성 경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위원회 권한을 위임받아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구성했다. 전준위장으로는 국회사무총장을 지난 4선의 이춘석 의원이 임명됐다. 부위원장은 3선 위성곤, 재선 이수진 의원이 선임됐다. 중앙당 조직부총장을 지냈던 황명선 의원은 전준위 총괄본부장을 맡는다.

전준위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곧장 실무 준비에 착수한다. 8·18 전당대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주 중 후보자 등록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준위는 전당대회와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권한을 갖고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결정한다. 특히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단독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전준위는 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이 대표가 단독 입후보할 경우 추대해야 할지, 찬반 투표를 시행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전준위원들도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단독 입후보일 경우 굳이 찬반 투표까지 시행해야 하냐”는 의견과 “투표를 하는 모습이 이 대표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선관위원장은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4선 이개호 의원이 선임됐다. 부위원장은 3선 김정호 의원과 재선 임오경 의원이 맡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 의원을 선관위원장에 인선한 배경에 대해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적임자라는 판단을 지도부에서 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4파전이 벌어진 국민의힘과 비교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큰 관심을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가 24일 사실상 당대표직에 출마해 연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출마자들도 당 지도부로서의 비전보다는 친명 증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가장 먼저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라며 “그러니 이는 이재명 일극 체제가 아니라, 당의 주인이자 주권자인 당원 일극 체제”라고 이 전 대표를 엄호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며 이 대표의 연임 가도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4선 김민석 의원과 3선 이언주·전현희 의원, 재선 민형배·한준호 의원도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에선 이 전 대표 최측근인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와 손잡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굳게 손을 잡고 함께 이겨나가리라 다짐합니다!”라고 적었다. 한 의원도 이 대표 옆에서 걷는 사진을 올리며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대표님의 담담한 한 마디에 함께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결심을 단단하게 세운다”며 “그 길, 주저없이 굳건히 가실 수 있도록 동행하겠다”고 했다.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친명’ 호소가 격화한 데에는 이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 이 대표 측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후보자 수가 9명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본선 후보 8명을 추리며, 본선에서 최종 5명을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