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일부 인정' 2심 판결 불복해 상고

by이연호 기자
2024.02.27 16:44:36

'담당 공무원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 인정'에 타 소송 영향 고려
"피해자 구제 및 지원은 별개…최선 다할 예정"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공무원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관련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부는 27일 서울고등법원에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6일 세퓨(제품 제조업체)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및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주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1997년) 및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2003년)에 대한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서울고법은 정부로부터 위자료 성격의 금원(구제급여조정금)을 지급 받지 않은 원고 3인에 대해 각각 300만~5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이에 판결문 검토, 전문가 자문, 관계부처 논의 등을 거쳐 상고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해 온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상고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앞서 원고들이 지난 20일 이미 상고를 제기해 정부의 상고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현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가습기살균제 손해배상소송은 총 10건이 진행 중이다. 그간 이 사건 1심 판결을 포함해 총 5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으나, 당시 담당 공무원들의 재량권 행사와 관련된 위법성이 인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처음으로 상이한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해당 사건은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명시적인 법령 위반은 없었으나, 재량권 행사와 관련해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다. 이에 정부는 해당 쟁점이 포함된 손해배상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할 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상고 제기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및 지원이라는 책무를 이행하는 것과는 별개이며, 정부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피해 구제 절차 역시 소송과 무관하게 정상 진행하며, 요양급여(치료비)·요양생활수당 등 피해 구제를 위한 각종 구제급여 또한 차질 없이 지급한다.

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신속·공정한 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소송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특별법상 조사·판정 및 구제급여 지급 등 정부에 주어진 임무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추후 대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