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반기 '연봉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by남궁민관 기자
2023.08.14 18:24:02

롯데지주·케미칼 등 7개 계열사서 111.9억 보수 수령
이재현 CJ 회장도 제일제당·ENM 등서 50억 받아
각 사 실적 악화일론데…''책임경영 부재'' 지적 불가피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은 김인규 대표보다 6배 많아
오리온·해태제과도 미등기임원 총수에 수십억 연봉

[이데일리 남궁민관 김미영 기자] 원부자재 가격 급등, 소비심리 악화, 시장경쟁 심화 등 상반기 경영환경 및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여전히 높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기업의 총수는 미등기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회장·사장이라는 직급을 중요시하다보니 막대한 보수를 챙기면서 책임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불가피해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유통업계에서 상반기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나타났다.

14일 상장사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004990)에서 45억3300만원(급여 19억1500만원·상여 26억17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롯데쇼핑(023530) 11억500만원, 롯데웰푸드(280360) 10억2500만원 롯데케미칼(011170) 19억1500만원 롯데칠성(005300)음료 10억700만원 호텔롯데 10억6000만원 롯데물산 5억4500만원 등 111억9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받은 102억8500만원보다 8.8% 늘어난 수치다.

특히 26억여원의 상여금을 지급한 롯데지주는 “지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를 높였다”며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설립을 통한 그룹 신성장 동력 발굴 노력 등을 감안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그룹)


2년 연속 재계 총수 연봉킹을 차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상반기와 동일한 총 49억68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지주회사 CJ(001040)로부터 20억8700만원, CJ제일제당(097950)으로부터 18억2000만원, CJ ENM(035760)으로부터 10억6100만원을 받았다. CJ ENM의 경우 이 회장의 누나이자 미등기 임원인 이미경 부회장에게도 10억3000만원을 상반기 보수로 지급했다.



앞서 이 회장은 연말 기준 2021년 총 218억6100만원, 2022년 총 221억9400만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2년 연속 재계 총수 ‘연봉킹’에 등극했다. 올해 상반기 작년과 동일한 보수를 받은 만큼 연말까지 받게 될 총 보수 역시 작년과 유사한 수준일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고액보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올해 CJ그룹 전반의 경영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경영’이 부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고액 보수를 타 간 세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상당히 부진했다. CJ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3% 소폭 증가한 20조678억원을 기록했으나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30.2% 감소한 8282억원에 그쳤다.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매출 14조2906억원, 영업이익 59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무려 36.5% 감소한 부진한 성적표다. CJ E&M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매출은 7.1% 줄어든 1조489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며 마이너스 8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9일 ‘상장회사 고액보수 임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회장 등을 사례로 들며 “경영성과와 무관한 고액 보수나 다른 전문경영인 또는 직원들과 비교하여 지배주주에게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하는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기본급 산정 체계를 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회장 등의 직급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과 대표성을 기준으로 미등기임원-등기이사-대표이사 등의 역할·직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급을 신설할 때는 기존 고정보수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사진=하이트진로)


미등기임원 총수 일가의 고액 보수 논란은 비단 CJ그룹만의 일은 아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상반기 매출 전년동기대비 1.1% 줄어든 1조2450억원, 영업이익은 58.0% 줄어든 506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미등기임원인 박문덕 회장에게 47억5307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반토막났지만 박 회장의 보수는 오히려 2억8000만원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총수와 전문경영인 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큰 대기업집단으로 이목을 끌기도 하다. 하이트진로를 이끌고 있는 김인규 대표 대비 박 회장의 보수는 2021년 무려 9.73배, 2022년 9.62배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김 대표의 보수는 7억4500만원으로 박 회장과 격차가 6.38배로 좁혀지긴 했으나 다른 대기업집단 대비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구소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임원의 보수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현상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식음료업체 중 미등기임원인 총수 일가에게 올해 상반기 5억원 이상을 지급한 곳은 오리온(271560)·오리온홀딩스(001800)와 해태제과식품 등이 있다. 오리온은 미등기임원인 담철곤 회장·이화경 부회장 부부에게 각각 14억3100만원, 11억1300만원을, 오리온홀딩스는 각각 7억3700만원, 5억7300만원을 상반기 보수로 지급했다. 해태제과식품(101530)·크라운해태홀딩스(005740)는 미등기임원인 윤영달 회장에게 상반기 보수로 각각 11억8300만원, 9억원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