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요양원 빠져나간 치매노인..사망책임 누구에게

by전재욱 기자
2023.04.04 15:48:40

유족 낸 소송에서 1천만원 위자료..사망 아닌 상해만 책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요양원에 머물던 치매 노인이 홀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가 변을 당한 데 대해 요양원이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정영호 판사는 A씨 유족이 요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노인성 질환으로 치매를 앓는 70대 노인 A씨는 2021년 11월 요양원에 입소했다. 입소하고 한 달이 지난 12월 A씨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건물을 나섰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는데 직원 출입카드를 구해서 쉽게 열었다.

한겨울 새벽에 홀로 길을 나선 A씨는 얼마 가지 못하고 쓰려졌다. 얼굴과 신체가 다친 채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요양원장은 업무상 과실 치상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A씨가 사망한 데 대한 형사책임은 지지 않은 것이다.



유족은 요양원의 관리 소홀로 A씨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일어난 변이라며 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정 판사는 “요양원은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A씨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돕기로 유족과 계약을 맺었다”며 “요양원은 A씨가 임의로 건물밖에 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요양원이 A씨의 상해에만 책임이 있고, 사망에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치료 18일 만에 숨졌고, 사인은 폐렴이었으며, 이전에도 폐렴을 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판사는 “A씨 사인 폐렴은 기존에 치료를 받아온 질병과 관련이 커보이고, 사고 당일 발생한 낙상과는 관련성이 부족하다”며 “요양원장이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 치상죄로만 처벌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요양원은 A씨의 상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사망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