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방송 쟁탈전 2라운드…방송4법 거부권·이진숙 탄핵
by한광범 기자
2024.07.30 16:29:18
野, 與 ''5박6일 필리버스터''에도 방송4법 처리
尹대통령 거부권 확실시…이진숙도 내일 임명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 전망…野, 탄핵안 예고
|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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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회가 30일 야당 주도로 방송4법을 통과시키며 5박 6일 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종료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부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둘러싼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국회는 30일 오전 방송4법 중 마지막 상정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절차를 종료하고, 여당이 표결을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법 개정안 △EBS법 개정안은 순차적으로 모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부터 법안 강행처리를 막으려 필리버스터를 이용했지만 야당의 압도적 의석수에 밀려 ‘5박 6일’ 버티기에 그치고 말았다.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시 과도한 정치적 종속성을 없애겠다’며 이사수를 대폭 늘리고 여야 외에도 학계, 시청자, 직능단체 등에도 이사 추천권을 주는 내용의 방송3법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추가된 방통위법 개정안은 5인 합의제인 방통위가 5인 체제일 때만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법안 수용을 강력 요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독재의 길”이라고 “역대 독재정권의 말로를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윤 대통령을 향해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을 쫓으려면 국민이 선택한 국회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삼권분립된 입법부의 오랜 토론을 통해 결정된 주요 사항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신중하게 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방송4법 통과 직후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 악법”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추 원내대표는 “방송4법으로 공영방송조차 민주당 입맛대로 주무르는 기관방송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도 이미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 주도의 방송3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만큼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가 확실시된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애서 열린 본회의에서 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투표가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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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에 더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뇌관은 MBC 이사진 개편이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은 다음 달 12일 임기가 만료된다. 총 9인으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됐던 만큼 현재 윤석열정부 하에선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6명 구조다.
윤석열정부 방통위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추천 인사인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다. 이들의 후임은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하게 돼 있어 방문진 이사진 구조가 5 대 4로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이들 이사들이 제기한 해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이사진 개편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여당은 이번 이사진의 임기 만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사진 개편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방송4법 추진에 더해 또 다른 측면에선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절차를 막기 위해 방통위원장 탄핵 카드를 쓰고 있다. 방통위가 국회 추천 몫 상임위원 3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추천의 2인(위원장·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에 착수하자, 김홍일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고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자진사퇴했다. 야당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서도 탄핵을 벼르고 있다. 공영방송 선임절차에 들어갈 경우 곧바로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은 30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을 위반한 미완의 2인 구조에서 중요 결정을 할 경우 불법적 행정 행위”라며 “그 순간 탄핵 사유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지난해 11월 방통위원 추천을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야당이) 그 이후에 한 번도 추천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추천을 하면 2인 체제는 깨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과 동시에 부위원장도 임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위원장으로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강경 보수 성향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임명이 완료될 경우 방통위 상임위가 의결이 가능한 2인 체제가 되는 만큼, 방문진 새 이사진 선임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더라도 24시간 이후에 표결이 가능한 만큼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그 사이 방문진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