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금값이 아니네”…실수요 위축에 4개월내 최저치(종합)

by방성훈 기자
2017.12.06 15:37:03

美세제개편·달러강세·증시호조·금리인상 등 영향
금값, 올 들어 10% 상승…"내년엔 올해만큼 오르기 힘들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금값이 추락하고 있다. 미 세제개편에 따른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 활황, 낙관적 경제회복세 및 이에 따른 기준금리 상승 전망 등에 따른 결과다. 대체 투자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80달러(1%) 하락한 1264.90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8월 8일 이후 최저가다.

RJO 퓨처스의 조쉬 그레이브스 상품전략가는 “오늘의 하락세는 지정학적 리스크 및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매도세를 확대시킬 것”이라며 “심리적 지지선은 1250달러”라고 전망했다. 줄리어스베어의 카스텐 멘크 상품 분석가도 “투자시장 바깥, 즉 인도나 중국 등에서의 물리적 수요마저 2년내 최저 수준”이라며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달러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돼 금값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인상을 거의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은 연준의 금리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다.

각종 경제지표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8로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58.7, 11월 58.2로 둔화되긴 했지만 15개월째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위축을 뜻한다. 서비스업 PMI도 지난 10월 60.1로 200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엔 57.4로 소폭 하락했지만, 95개월째 확장세다.



이외에도 금의 대체 투자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상당 수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1만2000달러(약 1310만원)를 돌파했으며, 이에 시가총액도 2000억달러를 넘어 2040 달러(약 223조원)까지 치솟았다.

금값은 내년에도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값은 올 들어 10% 가량 올랐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시작했던 지난 9월 이후부터는 상승세가 꺾였으나 연초대비로는 적지 않은 상승폭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만큼 오르기 힘들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금값의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란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내년에 연준은 하반기로 갈 수록 더 매파적(금리인상 선호)인 성향을 드러낼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아시아의 금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면서 금값이 하락해 온스당 평균 127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올해 금값에 연준의 금리인상 이슈가 대부분 반영됐다”면서 “내년엔 금값이 온스당 평균 131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파생상품 투자로 유명한 CPM그룹의 제프리 크리스티앙 이사는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쏠림 현상은 줄어들었지만 주식과 채권 가격이 너무 높다”면서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헤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3월물 은값은 전일대비 온스당 1.9% 떨어진 16.068달러로 장을 마쳤다. 3월물 구리는 전일대비 파운드당 4.7% 밀린 2.946달러에 거래돼 2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물 백금은 온스당 0.9% 떨어진 917.50달러로, 3월물 팔라듐은 전일대비 1.5% 내린 977.15달러로 각각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