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합병 후 첫 대외행보 '삼성 모태 대구' 찾아
by이진철 기자
2015.07.21 16:01:43
주가방어·책임경영 차원 등기이사직 맡을 가능성 제기
삼성 “산적한 과제 많아.. 아직 논할 단계 아냐”
대구·경북 창조혁신센터 방문 ''현장경영''
|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센터 관계자들과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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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진철 성문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로 입지가 커질 통합 삼성물산의 경영진으로 전면에 나설 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물산 주총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의 분쟁에서 승리해 그룹 경영권 승계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첫 대외행보로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있던 대구를 찾았다. 삼성상회는 1938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설립한 삼성의 모태기업으로 현재의 삼성물산으로 명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등기이사직을 맡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책임경영 방안이 삼성그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를 통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000830)과 합병을 앞둔 제일모직(028260)에서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패션부문 경영기획 사장을 각각 겸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에서 직책을 맡게 되면 이건희 회장의 3남매가 모두 직함을 갖는 유일한 그룹 내 회사가 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참여는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양사의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한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각각 10.4%, 7.7% 내렸고, 20일과 21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합병안 발표 후 주총 직전까지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주주 설득을 위해 통합 시너지를 강조해왔던 만큼 주총 이후 주가 하락은 삼성으로서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다. 주가 방어를 위해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만한 카드는 없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도 등기임원을 맡은 바 없다”며 “산적한 과제들이 적지 않은 만큼 아직 등기이사 참여 문제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경북창조혁신센터와 대구창조혁신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운영 현황을 둘러보고 향후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부회장 승진 첫날 공식행보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인 ‘구미 스마트시티’를 찾았고, 이날 대구·경북지역 공식 방문은 지난해 12월 경북창조혁신센터 출범식 이후 7개월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창조경제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그룹의 후계자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및 경북 창조혁신센터에 파견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스마트팩토리 제조혁신 지원사업과 경북지역 고택명품화 및 창조농업 지원사업 등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대구창조혁신센터도 방문해 C-Lab 벤처기업들의 운영 현황과 스타트업 창업지원 성과를 둘러보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확대 출범한 대구 창조혁신센터와 12월 출범한 경북 창조혁신센터를 구심점으로 지역 우수 창업·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육성과 지원 확대를 위해 삼성의 모태인 대구 옛 제일모직 부지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내년 12월까지 복합 창조경제단지 조성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