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유치원 때부터 성추행” 알린 딸...참으라는 엄마

by이준혁 기자
2023.09.01 19:49:28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친오빠에게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는 딸의 말을 듣고도 이를 방관한 친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친딸인 B양이 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4년간 같은 주거지에 살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
B양은 9살이던 2018년 잠을 자고 있는 사이 오빠에게 처음 성추행을 당했으며, 2019년과 2021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이에 B양은 2021년 겨울 무렵 A씨에게 “오빠가 나쁜 짓을 하려고 했고, 이미 유치원 때부터 띄엄띄엄 몇 번씩 (성추행을) 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A씨는 “신고하지 말라”며 “한 번만 더 생각해봐라. 오빠도 엄마 자식이고 경찰에 알리면 일이 커진다”고 B양을 말렸다.

B양은 재차 오빠와 분리해 달라고 친모에게 호소했지만 A씨는 “니가 좀 더 커서 기숙사 학교에 가라”며 “오빠도 곧 군대에 가니 2년만 기다려봐라”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고 보고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반성하는 태도, 미필적 고의, 처벌불원, 초범, A씨의 나이·성행·환경,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의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