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뀐 아이 못찾나…구미 여아 사건, 18일 대법 선고[사사건건]

by한광범 기자
2023.05.02 15:25:12

대법, 18일 오전 '바꿔치기 혐의' 친모 두번째 판결 선고
"숨진 아이 친모 맞지만 그것만으론 바꿔치기 유죄 안돼"
檢, 파기환송심서 추가증명 실패…친모, 집행유예 '석방'
사건 실체, 친모만 알아…입 열지 않는한 아이 행방 미궁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홀로 집에 방치됐다 숨진 구미 3세 여아와 관련한 ‘아이 바꿔치기’ 사건의 친모 석모(50)씨에 대한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이 오는 18일 나온다.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석씨가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의 행방이 영구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석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2021년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숨진 여아의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사진=뉴스1)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번달 18일 오전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석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6월에 이은 두 번째다. 당시 대법원은 1·2심이 유죄로 판단한 아이 바꿔치기 혐의(미성년자약취)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며 징역 8년의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검찰에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증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이 사실상 추가적인 증명에 실패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핵심 혐의인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21년 3월 구속된 이후 줄곧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석씨는 당시 집행유예 판결로 23개월 만에 석방됐다.

앞서 대법원이 한 차례 결론을 내렸던 사건인 만큼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이 경우 사건의 실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석씨가 입을 열지 않는 한 바꿔치기 돼 사라진 아이의 행방은 영구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2021년 2월 석씨의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석씨의 둘째 딸 김모(24)씨가 자신의 자녀로 알고 키우던 A양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석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A양을 키웠던 김씨는 2020년 초부터 다른 남성과 교제를 시작하며 A양을 집에 홀로 자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주 집을 비우던 김씨는 2020년 8월 출산이 임박하자, A양만 집에 버려둔 채 교제하던 남성 집으로 홀로 이사를 갔다. 김씨가 떠난 후 홀로 남겨진 A양은 아사했다. 아래층에 살고 있던 석씨는 2021년 2월 9일 임대인으로부터 김씨가 거주하던 집의 임대기간이 종료됐다는 연락을 받고 짐정리를 위해 김씨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A양 시신을 발견했다.

석씨는 김씨의 처벌 등을 우려해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다가 A양에 대한 연민 등으로 이를 포기했다. 그는 하루 뒤 직접 경찰에 “외손녀인 A양 시신을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를 즉각 체포해 구속한 후 살인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후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21년 2월 26일 경찰의 친생자 확인 감정 의뢰에 대해 “김씨는 A양의 친모가 아니고, 자매관계로 확인된다”는 결과를 통지한 것이다.

구미 ‘여아 바꿔치기’ 사건의 친모 석모씨. (사진=뉴시스)
경찰은 즉각 석씨와 석씨 남편 등의 DNA를 채취해 감정을 다시 의뢰했고, 국과수는 5일 뒤인 2021년 3월 3일 “A양과 석씨만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석씨는 경찰에 구속된 후에도 출산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김씨 역시 이 같은 결과를 믿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국과수에 한 차례 더 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같은 결과를 받았다. 이후 법원의 의뢰로 진행한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도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김씨와 비슷한 시기 출산을 했고, 김씨의 출산 당일 밤이나 다음 날 새벽 사이에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판단했다. A양과 바꿔치기한 김씨 친자녀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지만 정황 증거로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검찰은 자녀로 알았던 A양을 숨지게 한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친모 석씨에겐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미성년자약취,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1·2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그대로 확정됐다.

수사기관에서부터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인정한 석씨는 DNA 감정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 등 출산 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설령 출산했다고 하더라도 약취에 대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하며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숨진 여아를 집에 홀로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김모씨. 김씨는 숨진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알았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이부자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1·2심의 판단은 징역 8년형 유죄였다. 재판부는 “친딸과 친딸의 친딸을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바꿔치기한 아이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약취 전후 사정까지 가정적으로 범죄사실에 포함해 양형사유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 같은 1·2심 판단이 심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려진 섣부른 결론이라며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유죄 입증을 위한 심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DNA 감정을 통해 석씨와 숨진 여야 A양의 모녀 관계가 인정되지만, 석씨가 아이를 직접 바꿔치기 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석씨에 대한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석씨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며 1·2심 판결의 구체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 유죄 판결을 위해 추가적으로 입증이 필요한 내용을 열거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검찰에 대법원이 지적한 심리미진 부분에 대한 추가 입증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선 키메라 증후군 여부에 대한 심리는 물론, 석씨의 회사생활 등 행적, 산부인과 간호사 및 수사 경찰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논란이 된 아이 사진 속 귀 모양에 대한 판독도 이뤄졌다.

하지만 석씨의 요구로 이뤄진 추가 DNA 검사 결과 외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해외 기관에 의뢰해 이뤄진 DNA 검사 결과의 경우, 이미 앞선 대법원 판결에도 이전 검사 결과를 받아들인 만큼 재판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결국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검찰이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