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기 이정도였나?…“애플페이 첫날 40만명 등록할 기세”
by임유경 기자
2023.03.21 16:10:21
애플페이 9년 만에 한국서 출시
오전 17만명 등록..."첫날 40만명 등록 기록 세울 수도"
현대카드 사용 건수 기준 50% 이상 결제 가능
교통카드 지원 안돼 ‘지갑 없는 생활’은 불가
삼성페이, 네·카오 연합으로 맞대응
카드사에 수수료 받는 애플페이, 이용자 부담 전가 우려도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딸깍딸깍’ 애플워치 측면 버튼을 두 번 눌러 애플페이를 실행하고, NFC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니, ‘띠링’하며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말을 빌리면 “오늘(21일)부터 한국에서도 한강변을 산책하다가 애플워치로 물을 사 마시는 아주 평범하지만 위대한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페이 출시를 오래 기다린 만큼 출시 첫날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애플페이 출시 첫날 세계 최다 등록 기록을 한국이 새로 쓸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온다.
던킨 올비 애플페이 인터내셔널 총괄은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를 통해 “많은 한국 사용자들이 오래 기다려온 애플페이를 오늘 첫 번째 카드발급 파트너인 현대카드와 함께 선보인다”며 국내 서비스 개시를 공식화했다.
| 애플워치 내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사진=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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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는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지난 2월 초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의 법 저촉 여부를 심사한 뒤 서비스 도입을 최종 허가하면서, 한국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애플이 2014년 애플페이를 출시한 후 9년 만에 국내 도입이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에는 제한이 있다. 금융위가 심사과정에서 제동을 걸면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독점적 지위는 내려놨지만 아직 추가로 파트너십을 맺은 카드사는 없어서다. 현대카드가 발행한 비자, 마스터 브랜드 카드 및 국내 전용 신용카드·체크카드 대부분은 이용 가능하다. 단, 아멕스, 다이너스, 유니온페이 브랜드 카드와 선불카드는 사용은 불가능 하다. 또, 티머니, 캐시비 등 교통카드 업체와 제휴가 이뤄지지 않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경우 지갑을 안 들고다니는 생활은 불가능하다.
애플페이 결제 가맹점은 현대카드 ‘개인 고객 거래 건수’ 기준으로 50%가 넘는다는 게 애플과 현대카드의 설명이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이지만, 현대카드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가맹점 위주로 제휴를 맺은 결과다.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마트(코스트코,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커피숍(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폴바셋, 빽다방, 메가커피)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스토리웨이) △디저트(파리바케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외식(롯데리아, 맥도날드) △생활(이케아, 다이소) 등의 분야에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결제처를 확보했다. 또, 온라인에서는 배달의민족, 무신사, GS샵 등과 제휴를 맺었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1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페이 출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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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건수를 기준으로 봐도 애플페이 결제를 못할 경우가 절반이라, 가맹점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애플과 현대카드의 과제다. 이마트24를 제외하면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 계열 매장도 애플페이 지원에서 빠졌다. 정 부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앞으로 빠른 사용처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애플페이 출시 첫날 아이폰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현대카드는 이날 오전에만 17만명의 이용자가 애플페이에 카드를 등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런 속도라면 하루 만에 40만명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대카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애플페이가 출시된 말레이시아의 경우 잠재고객(아이폰 사용자 중 지원 카드를 보유한 경우)가 1800만명이었는데, 첫날 35만명이 등록했다”며 “한국에서는 현대카드만 등록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기가 굉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페이·네카오 연합, 긴장…“10년 공들인 시장에 무임승차” 지적도
애플페이 상륙에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국산 페이 업체들도 긴장한 모습이다. 애플의 충성 고객층이 견고한 만큼, 국내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지난해 22.5%로(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트렌드를 만드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애플페이 견제를 위한 동맹에 나섰다. 네이버페이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결제 연동을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 이번 연동으로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가맹점을 12만개에서 300만개로 단숨에 25배 이상 늘리게 됐다. 삼성페이는 55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도 삼성페이와 연동을 논의 중이다. “두 세번 협력을 위한 미팅이 있었다”고 카카오페이 측은 설명했다.
국산 페이 업체들 사이에선 “애플이 뒤늦게 한국시장에 들어오면서 시장의 룰을 흔들어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애플페이가 신용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간편결제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수수료를 안 받는데,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0.15%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페이는 이전까지 카드사에 수수료를 받지 않았는데, 애플페이 때문에 수수료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휴대폰 기반 페이사들이 다 수수료를 받으면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나빠지게 될 것이고 언젠간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는 문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