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생계 이어가던 할머니…1년간 폐지 주워 "기부합니다"

by권혜미 기자
2022.12.13 20:32:11

12일 복지센터에 100만원 기부한 어르신
"어려운 이웃 돕고 싶다"며 폐지 줍기 시작해
1년 만에 모은 100만원, 전액 기부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경남 마산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지내는 70대 어르신이 폐지를 주워 모은 돈 100만원을 기부했다는 가슴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다.

12일 창원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께 마산합포구 교방동에 사는 구모(74·여)씨는 교방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흰 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엔 5만원권 20장, 총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70대 어르신이 창원시 합포구 교방동 행정센터에 기부한 성금 100만원.(사진=창원시 제공)
백발의 어르신이었던 구씨는 “기부하고 싶다”는 짧은 한마디와 봉투만 남겨 놓고 부랴부랴 센터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에 공무원이 자신을 붙잡자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알아서 잘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씨는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추운 겨울에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한다”며 이름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별다른 직업 없이 최저생계비 수준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홀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고 있던 구씨는 지난해 말 문득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구씨는 본인 형편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을 하다 동네 폐지와 고철 줍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어 생전 처음으로 매일 동네 2∼3바퀴를 돌며 폐지와 고철을 주워 모아 팔기 시작했고, 이런 생활이 1년가량 이어진 최근에야 100만원을 모으게 됐다. 구씨는 힘들게 모은 100만원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황혜정 교방동장은 “어르신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모범을 보이셨다”며 “어려운 이웃들이 소중하게 쓸 수 있도록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