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박근혜에 소주병 날아들어...미소로 고개 '끄덕'
by박지혜 기자
2022.03.24 13:04:3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던 중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15분께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취재진 앞에 세워진 마이크 앞에 섰다.
한 어린아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그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저쪽이 좀 조용해져야 들리시겠죠?”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말씀하시면 조용해지실 것 같아요”라고 하자, 미소를 보인 박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달성군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때 박 전 대통령 왼쪽 맞은편 인파 속에서 소주병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경호인력은 다급하게 박 전 대통령을 둘러쌌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는 중단됐고, 경호인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 지난해 특별사면을 받은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발언을 하던 중 한 일반인이 소주병을 투척하자 경호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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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가량 상황이 정리된 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의 말에 ‘괜찮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이야기가 끊겨서”라고 말하며 대국민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는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였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그래서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달성군 관내의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또 구지, 다사, 유지, 합인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뵈니까 지난날의 이야기 한 가지가 떠올랐다. 제가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다, 이런 얘기를 했다”며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고 떠올렸다.
박 전 대통령은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유 변호사와 경호인력 등과 함께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