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멍완저우 체포 도운 HSBC '발등의 불'…中정부 상대로 해명 로비
by방성훈 기자
2019.07.01 13:49:51
中화웨이 거래내역 美에 제공…멍완저우 체포 결정적 계기
FT "선택권이 없었다"…中정부에 적극 로비·해명 나서
멕시코 마약 돈세탁 이후 美법무부 감시 체제 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HSBC은행이 미국 정부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를 도운 것과 관련,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이후 HSBC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존 플린트 HSBC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은행 임원들은 중국 관료들에게 “미국 정부를 돕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멍 부회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이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스카이콤’이라는 유령 업체를 동원하고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했다면서, 이를 주도한 인물로 멍 부회장을 지목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HSBC가 화웨이 계좌의 대(對)이란 거래와 관련, 수상한 내역을 미국 측에 제공한 것이 멍 부회장 체포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HSBC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오면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은행 중 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이 은행은 홍콩 및 중국 본토에서 이익의 75% 가량을 창출하고 있으며, 화웨이와 거래하는 여러 은행들 중 하나였다. 2017년 이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HSBC는 지난 2012년 규정을 위반하고 멕시코 마약조직의 자금을 세탁해준 것이 2017년 적발돼 19억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이후 미국 법무부(DOJ)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됐다. 수시로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택권이 없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약 200~400명의 인원이 시간 제약 없이 은행 내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미국 사법당국은 HSBC 역시 화웨이의 거짓말에 피해를 입은 은행들 중 한 곳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달 19일 “(화웨이와 거래한) 은행들도 회사의 사업이나 성격,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한 은행은 멍 부회장과 직접 접촉했다. 딸이 카페에 있을 때 은행 관계자들과 무언가 얘기를 나눴다”며 “(은행들이 알고 있는) 이러한 사실들이 법정에서 공개된다면 판결은 명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측은 “은행 로고가 찍힌 화웨이와의 이메일 내역이 증거”라며 “은행들이 화웨이 거래를 몰랐다고 할 수 없다. 스카이콤과의 관계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미국 법률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란과 거래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 홍콩 내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법안’이 통과될 경우 HSBC는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캐나다 국민들을 체포·구금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가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또 중국 내부에선 멍 부회장 체포 사태 이후 반미·반캐나다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HSBC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만큼 중국 정부의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