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박사의 인성으로 경영하라] 소통은 새로운 길을 여는 과정

by이데일리TV 기자
2018.07.20 14:32:49

인성경영이 만드는 존경받는 기업 ⑮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소통의 시작은 핵심리더에게 집중된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다. 자동차 타이어만 하더라도 차종별로 적정 공기압이란 것이 있다. 적정량을 주입할 때 연비 절감이나 안정성에 효과적이다. 무조건 많이 넣거나 적게 넣는다면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잠재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통’이라고 답하지만, 정답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답은 경우의 수로 다양해야 하고, 다양하리만큼 새로운 정답을 찾으려는 브레인스토밍이나 팀 빌딩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내는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유대인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한 사람일 때는 1개, 100명이라면 100가지라 했다. 문제는 다양한 사고의 확장을 가로막는 불통의 원인이 핵심리더의 잘못된 소통방식에 있다는 사실이다.

본질을 생각해보라. 핵심리더의 역할이 무엇인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것일까?, 대표이사나 회장의 지시 한마디가 곧 법이요 진리인 듯, ‘예스’ 이외에는 한마디도 덧붙이지 못한다면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비참함이다. 그것이 충성스러운 핵심리더라는 착각일까, 아니면 자기 밥줄 끊어질까 하는 두려움일까를 생각해보라. 잘못된 길로 지시나 명령을 한다면 양심에 따라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인간의 양심이다. 잘못을 보고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은 인성경영에 독배다. 죽으라면 죽는시늉하는 예스맨 자체가 이미 당신은 살아있으나, 죽은 자요, 핵심리더 같으나, 신입직원보다 못한 그저 고액의 연봉만 축내는 사람이다.

한국조직 문화의 흐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핵심리더라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몽상에서 깨어날 때이다. 우리는 근래의 역사를 통해 제왕적 권력에 도취해 있는 국가와 민족은 결코 살아남을 수도 없으며, 살아남아서도 안 된다는 진리를 몸소 학습했다.

인성경영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핵심리더가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못 할 때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그룹의 오너가 현행법상 불법과 탈세를 조장함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종노릇 하는 당신은 이미 공범이다. 쉽게 말해 훔친 물건인 줄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그것을 팔아넘긴다면 당신은 그저 장물아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당신의 능력과 인성을 증명해줄 결정적인 기회가 지금 이 순간이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 정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충성이요, 그것이 당신의 직무능력이다. 핵심리더라는 완장만으로는 결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오만한 권력의 맛에 취한 것뿐이다. 당신의 비양심적인 아첨 때문에 당당한 듯 하지만 그래 봤자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듯 불과 몇 년 더 빌붙어 사는 회사의 기생충에 불과하다.

회사 구성원을 사과 한 상자에 비유해보자. 사과 한 상자에 썩은 사과가 한 개 가 있다면 그 주변을 중심으로 다른 사과들 또한 썩게 된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어야 할 핵심리더가 오히려 본인이 썩은 사과가 되었다면, 조직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썩은 사과와 같은 핵심리더 자체가 주변의 좋은 직원들을 힘들게 했고, 능력 있는 직원들을 무능하게 망쳐놓은 셈이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과일은 쉽게 썩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능력도 인성도 모든 것이 썩게 마련이다. 썩어가는 조직에 생명을 공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소통하며 경영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인성으로 경영하라’는 혼자 빨리 가려고 하기보다, 더 멀리 함께 갈 수 있는 공존과 공생의 길을 찾는 지혜로움이다.

협업과 창의성 발휘를 위해 좋은 인성을 개발하는 것도 핵심리더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직도 제왕적 오만경영의 표본들이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모든 조직에 생존해 있다. 결국, 경영의 꽃을 피우기보다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려다 퇴직하려는 비굴한 리더들이 많다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신사옥 설계부터 상호공유와 소통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구성원 간에 창의적 아이디어 소통이 곧 경쟁력 창출의 원동력임을 창업주를 비롯한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본질은 망하지 않아야 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망하면 모든 것은 끝이다. 세계를 깜짝 놀랄만한 공든 탑을 쌓아도 무너뜨림도 한순간이다. 망하는 원인은 겸손함이 없는 ‘오만’을 우선으로 꼽을 수 있다. 소통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위고하의 문턱을 허물지 않으면 더 힘들다.

마치, 인체구조에 비하면 신진대사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으면 순환 자체가 쉽지 않다. 순환기계통의 혈액순환이 잘 안되거나, 배변 기능이 손상을 입고서야 ‘1g의 예방이, 1kg의 치료보다 낫다’는 아쉬움을 깨닫는다.

조직의 나아가는 방향이 인성경영이 가리키는 나침반 방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연히 불안하고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이때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주는 누군가의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핵심리더의 몫이다. 오만한 제왕적 권력 앞에서는 모두가 침묵하지만, 이 경우의 침묵은 금이 아닌 침몰이다.

지난 17일, 포브스코리아에서 제1회 오만포럼이 개최됐다. 영국의 서리대학 경영대학원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는 ‘오만이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CEO가 성공의 권력에 빠져들면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자기중심의 무모한 행동을 일삼다 보니 의도치 않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오만함을 통제하는 조력자를 ‘토 홀더“(Toe-holder)라고 한다. 즉 권력자가 겸손을 유지하도록 발가락(Toe)을 꽉 잡아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권력은 자기도 모르게 뇌를 손상시키는 일종의 중독물질이다.

지난 기고에서 ‘오만과 편견’이란 주제를 다뤘다. 최근 기업 오너 일가의 행태가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으로 그동안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 결과로 비참한 상황을 맞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너의 오만함을 통제할 조력자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은 CEO나 창업자만이 아니라, 핵심리더도 당연하다. 오만하게 행동했을 때 따끔하게 지적해줄 나의 조력자가 없다면 오만증후군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핵심리더는 평소에 자기를 돌아보아 ‘오만’이 보내는 작은 징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중소기업을 이끌던 한 지인의 아름다운 사례를 들어본다. 그는 지난 23년간 회사를 이끌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우뚝 섰다. 그는 최근 알토란 같은 대표이사직을 후배들을 위해 사임했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 그를 대신해 대표이사, 이사로 올라섰다. 경영권 일체에 오히려 수억 원의 운영자금까지 남기고 떠났다. 그는 ‘왜’, 떠났을까?

그의 말로 답을 갈음한다. “정상에 올라섰을 때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며 더 머물다 가라 하더라, 그러나 나는 내가 남들보다 특출해서 정상에 올라선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난 단지 먼저 올라섰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