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CJ에 등돌린 中하이얼그룹의 노림수는

by김영수 기자
2015.11.25 12:25:00

하이얼, CJ와의 코웨이 인수 컨소시엄서 등 돌려
단독 인수 참여 가능성에 주목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인수·합병(M&A)의 세계는 냉정하다. 돈 앞에서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다.

국내 렌탈업계 1위인 코웨이(021240)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몸값 3조원에 육박하는 코웨이를 사려는 희망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각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코웨이 대주주(지분율 30.9%)인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Exit) 전략에 대한 의문을 품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적격인수후보(숏 리스트)로 선정됐던 후보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본격화됐다. 실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칼라일그룹이 실사과정에서 철수한데 이어 CJ(001040)그룹과 동맹(컨소시엄)을 맺었던 중국 1위 생활가전업체 하이얼그룹(Haier Group)이 등을 돌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남은 후보는 외형적으로는 CJ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중국 전략적투자자(SI) 등이다. 베일에 쌓여 있는 중국계 자본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한 CJ의 인수자금 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코웨이 매각 무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웨이 매각 서막이 올랐던 3개월전으로 돌아가 보자.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만한 글로벌 투자자들을 광범위하게 물색했다. 대세는 중국이었다. 인구 13억명을 웃도는 중국 생활가전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중국팀도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코웨이를 세일즈했다. 하지만 코웨이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계 SI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전달했지만 ‘만만디(慢慢地)’로 일컬어지는 느린 의사 결정이 코웨이 매각 일정을 전체적으로 늦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이얼의 경우 단독이 아닌 CJ와 컨소시엄을 맺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지난 9월 중국 최대 냉동물류회사인 룽칭물류 인수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CJ와 공동 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계약 조건은 CJ와 하이얼이 코웨이 매각 지분 30.9%를 2 대 1 비율로 인수해 한국내 운영은 CJ가, 중국은 하이얼이 맡기로 했다. CJ는 중국시장 진출 확대 뿐만 아니라 인수자금 부담을 더는 대신 하이얼은 코웨이가 보유한 정수기 공기청정기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강화를 통해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이었던 셈.

하지만 돌연 하이얼이 CJ에 등을 돌렸다. 룽칭물류 인수전에서 패한 앙갚음이었을까. 하이얼보다 CJ가 더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시샘 때문이었을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후자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CJ는 코웨이의 장점인 방문판매사업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판매망이 가장 넓은 하이얼을 끌어들일 경우 중국 진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뒤짚어 말하면 하이얼 입장에서는 CJ의 중국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중국 내에서 ‘하이얼 가전왕국’으로 통하는 하이얼그룹의 체면에 금이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IB업계에서는 하이얼이 코웨이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얼이 코웨이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그룹은 2004년 하이얼전자판매(현 하이얼코리아)를 세워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유독 국내시장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하이얼 중국 본사는 국내 공략을 위해 마케팅 비용 증대, 인력 보강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 저가 이미지로 인식된 ‘Made in China’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외기업들에게는 30.6% 지분율만으로도 한국시장내 생활가전업체 1위인 코웨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따라서 중국의 잭 웰치로 불리는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 회장의 결정이 결국 이번 코웨이 인수전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면에서 CJ보다 월등히 앞선 하이얼이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 중국기업에 국내 생활가전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상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