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 지붕 두 대표` 불편한 동거 택한 한화證

by이명철 기자
2015.11.05 15:55:33

주진형, 레임덕 속 내년 3월까지 불안한 단독 대표체제
여승주, 증권 업무 경험한 금융 전문가… 새 바람 기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왼쪽)과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화투자증권(003530)이 `한 지붕 두 대표`의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주진형 사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차기 사장으로 유력시되는 여승주 전(前) 한화그룹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된 탓이다. 사실상 두 개의 머리를 갖게 된 한화투자증권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5일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현 대표이사 임기가 5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사실상의 후임자를 너무 서둘러 앉힌 것 아니냐는 일부 주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상정된 안건은 과반수 이상 찬성표로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번 여 사내이사의 선임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주 사장이 소위 그룹에 `찍혀`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주 사장과 회사는 경질설을 일축했지만 결국 내년 3월말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고 연임할 뜻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룹은 여 부사장을 내려 보냈다.

지난 2013년 9월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주 사장은 35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며 `구조조정의 달인`임을 재차 입증했다. 회사를 영업흑자로 돌려놓으며 성과를 올렸지만 혁신을 주창하는 과정에서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신 발언을 그치지 않아 그룹에서도 ‘눈엣가시’였다. 그룹측은 여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대표직 승계 수순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주 사장 역시 “여승주 이사가 등기이사가 아닌 일반 임원으로도 와서 일할 수 있고 이사회에서도 오해와 억측을 부를 수 있어 (이번 사내이사 선임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도 “지배주주가 이미 사내이사를 한명 더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를 찬성하는 것으로 의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서도 일단 주 사장은 내년 3월말까지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내부 개혁을 지속할 계획이다. 주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에서 공동대표나 각자대표에 대해 논의 한 바 없다”며 “다수 사외이사는 임기까지 단독대표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내이사 선임과 같이 이사회와 이견이 있더라도 그룹에서 원하면 단독·공동대표 체제로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여 이사는 금융분야에서 오래된 경험을 갖췄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그룹 입장에서는 CEO 리스크를 겪고 있는 한화증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여 이사는 한화그룹 입사후 주로 재무관련 분야에 일했다. 특히 한화생명에서 재무를 담당하면서 대형 생보사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당시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IPO와 IR 실무를 경험한 것이 이번 인사에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을 진행하면서 금융당국과 보험·투자은행(IB) 등 증권업계와의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비롯해 최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으로 삼성과의 빅딜과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을 진행하며 인수합병(M&A) 경험도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