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통사 추가 영업정지 안 했으면 하는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4.08.20 15:31: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21일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이용자를 차별한 이동통신회사들을 대상으로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할지 결정한다.

고가 요금제를 쓰거나 경쟁사에서 옮겨 오는 고객, 새벽 온라인 사이트를 잘 뒤지는 사람들에게만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투하해 평범한 국민은 피해를 보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직접 내야 하는 과징금 외에 추가 영업정지를 하는 부분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영업 정지 처분을 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이통사가 아니라 판매점·대리점이기 때문이다. 각사별로 희비는 갈릴 수 있지만 이통사 전체로 보면 영업정지로 보조금을 덜 쓰면 영업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유통점은 다르다. 올해 초 각각 45일 동안 진행된 이통3사 순차 영업정지(작년 방통위 시정명령 위반)로 월세 보증금도 내기 어려웠던 영세 유통점들의 눈물을 기억했으면 한다.

여기에 이르면 8월 중 SK텔레콤 7일, LG유플러스 7일이라는 영업정지(올해 3월 방통위 심결)가 이뤄질 예정인데, 내일 또다시 영업정지(5~6월 보조금 살포 혐의)가 추가되면 판매점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법원 결정으로 회생계획안 마련에 착수한 팬택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팬택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자금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현재의 ‘업무 올스톱’이 계속 이어진다. 영업정지로 소비자가 팬택 제품을 선택할 기회마저 줄일 필요가 있을까.

오는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는 보조금 투명 공시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새 법이 시행되기 전이니 ‘과거 법(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잘못된 부분을 털고 간다’고 할 수 있지만, 굳이 우리 사회의 낮은 곳의 피해가 더 클수 밖에 없는 ‘추가 영업정지’를 해야 할까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새 제도에 대한 유통점 교육과 대국민 홍보에 더 신경썼으면 한다.

최성준 위원장은 최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초청 한국IT리더스포럼 조찬 강연에서 “5~6월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 살포에 대한 조사결과로 수백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 영업정지에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통신사가 규제기관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방통위 사무국이 피고인 상황에서도 이치에 맞다면 사업자(LG유플러스, 원고) 손을 들어준 3기 방통위가 이번에도 합리성에 근거해 판단해 주길 기대한다.

규제의 일관성이나 예측가능성뿐 아니라, 해당 규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굴 위한 규제인지 여부도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