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는 '팔고' 주식은 '사고'…해외 투자자들 엇갈린 기대

by방성훈 기자
2026.01.23 10:21:38

감세 공약에 재정 불안 확대…日국채 매도 일색
주식시장선 성장에 베팅…"6만선 돌파도 가능"
낙관 vs 비관 전망 엇갈리지만 해외 투자자 관심↑
일각선 "英 ''트러스 쇼크'' 가능성도"…투자과열 경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국채 시장에선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음달 조기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여야 모두 소비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반면 주식시장에선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로 강세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3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국채를 둘러싼 시각이 대부분 ‘매도’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 컨설팅 업체 알파 매니지먼트를 창업한 케네스 암스테드는 “작년 4월부터 일본 국채 선물을 100% 숏(매도 포지션)으로 유지하고 있다. 고객들에게도 일본 국채 매도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한 트레이더는 “국채 매도 거래가 과열되면서 일부 국부펀드가 아시아 채권 거래 경험을 가진 인재를 높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사례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일본의 장기금리는 인플레이션 지속,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으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9일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를 공식 선언하고, 향후 2년간 식품 소비세를 ‘0%’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다음날인 20일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2.38%까지 상승해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야권에서는 더 큰 폭의 소비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 신당을 창당한 뒤 식료품 소비세 ‘영구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에 12조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일본의 초장기 국채 매입을 전면 중단했다. 뱅가드는 세수(재원) 확보 방안이 불확실한 재정정책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주식시장에선 재정악화보다 경제 성장에 베팅하는 정반대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조기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경우 국정 운영이 안정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헤지펀드 이글스 뷰 재팬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크리스 매과이어는 “일본 주식시장은 지금 빅뱅을 맞이했다. 32년 동안 일본 주식을 다뤄왔지만 지금은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하고 정책 결정을 지속하는 한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건설업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정밀기기 제조업체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의 자산운용사 어드벤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디렉터 케빈 자우는 닛케이225지수가 6만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다카이치 정권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른바 ‘다카이치 단기 트레이드’가 중·장기 ‘다카이치 인베스트먼트’로 전환될 것”이라며 중의원 해산 선언 이후 일본 주식 매수 규모를 늘렸다고 밝혔다.

다소 엇갈린 시각이지만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거친 일본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5~9일 한 주 동안 일본 주식(현물)을 1조 2000억엔 이상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첫째 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산운용사 러닝 포인트 캐피털의 마이클 애슐레이 슐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카이치 총리가 2022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직면했던 ‘트러스 쇼크’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러스 쇼크는 당시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며 재정 불안이 확산한 사건으로, 국채·통화·주가가 동시에 급락한 사태를 가리킨다. 슐먼 CIO는 “과도한 부채, 재정 불균형, 정치 불안이 겹치면 일본 역시 국채뿐 아니라 주식도 매도세를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