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입증 안 돼도 보상…업비트, 투자자 보호 나선다

by김국배 기자
2021.06.01 15:57:02

자구책 세우는 암호화폐 거래소
100억 들여 연내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센터' 설립
대표 직속 상장 사기 제보 채널 열어 사기 등 범죄와 전쟁
거래 안전장치도 마련…"투자자 보호, 최우선 고려"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부 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일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내 10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에 관한 교육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기 예방 캠페인, 사기 피해자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기 피해금을 일부 보존해주며, 긴급 저금리 융자까지 지원한다. 투자자 보호에 100억원 이상을 쏟겠다고 밝힌 거래소는 업비트가 처음이다.

업비트는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서비스 장애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손해 보상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보상한 금액은 31억원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업비트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아도 정책에 따라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의 시세 전광판 [사진=방인권 기자]


상장 사기 등 ‘범죄와의 전쟁’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석우 대표 직속으로 ‘상장 사기 제보 채널’을 연 것. 4개월 동안 접수된 상장 사기 제보 건만 총 61건이다. 업비트 사칭 및 사기 SNS 계정이 발견되는 즉시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에 해당 계정을 안내하고 있다. 주요 상장 사기 유형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투자자를 선동하거나 특정 코인 매수를 부추겨 부당 이익을 취하는 등의 행위를 제보받는 신고 채널까지 만들었다.



정부가 가상자산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투자자 보호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이 자구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지정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관리 방안’을 발표했지만, 상장 등과 관련한 내용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가상자산은 화폐 또는 금융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업비트는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거래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구제한 피해 건수만 60건이다. 환급액은 약 13억원에 달했다.

보이스 피싱 등 피해 방지를 위해 외부 디지털 자산 지갑에서 업비트로 입금된 암호화폐를 72시간 동안 원화로 출금하지 못하게 하거나, 원화 입금 후 24시간 내 해당 금액 상당의 디지털 자산 출금을 지연시키는 제도도 도입했다. 원화 입금 한도 역시 1회 1억원, 1일 5억원으로 제한해 놓은 상태다.

2019년부터는 투자 유의 종목 지정제도 시행 중이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게 위해서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경우 소명 절차를 통해 해제되거나 거래 지원이 종료된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면 ‘유의’ 표식이 노출돼 투자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업계 최고 수준의 정책과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건강하고 건전한 디지털 자산 투자 생태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업비트를 비롯해 은행 실명 계좌를 가진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 가입자 수는 지난 4월말 기준 587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