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 수제맥주 공장 들어선 이유는… '장맛이 결국 맥주맛'

by김용운 기자
2017.10.30 14:07:45

장앤크래프크 순창브루어리 탐방
2015년 1월 순창군 인계농공단지에 들어서
"장맛과 수제맥주맛은 통하는 것이 많다"

차보윤 장앤크래프트 상무가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너리 안 맥주제조 시설에서 수제맥주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순창=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맥주도 일종의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추장과 된장이다. 고추장과 된장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만드는 지역이 바로 순창이었고 지역적 특성과 수제맥주 제조의 속성이 맞아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전라북도 순창군은 지역명 자체가 일종의 브랜드다. 국내 유명 식품기업들이 앞다투어 ‘순창’에 제품명을 붙인 고추장과 된장 등을 선보일만큼 순창은 한국인들에게 ‘장의 고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순창에서 나는 고추장과 된장은 진상품으로 뽑힐 정도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순창고추장을 별도의 항목으로 구성해 “고추장의 빛깔이 연홍빛이고 달거나 맵거나 짜지 않으며 산뜻하고 시원하면서도 알싸한 독특한 맛으로 인해 예로부터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너리 안 수제맥주 제조 시설(사진=김용운기자)
순창의 고추장과 된장 등 전통발효소스가 특별한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순창 지역의 기후가 장을 발효시키는 효모균의 생장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순창은 연평균 기온이 영상 13.3℃이며 강수량은 1606mm, 습도 72%, 특히 안개일수 77일로 순창에서 고추장, 된장 등을 옹기에서 자연발효 했을 때 발효식품의 맛을 결정하는 미생물의 생육 조건이 탁월하다.

여기에 수질도 영향을 미친다. 철분이 많은 물이 장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다. 순창의 물은 다른 지역보다 철분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5년 1월부터 전북 순창군 인계면 물통길 내 인계농공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어리는 순창 지역의 수제맥주 제조공장이다. 일명 ‘크래프트 비어’로 불리는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으로 생산한 맥주를 의미한다. 와인처럼 만든 이의 장인정신과 비법·취향 등을 반영해 양조장마다 맛·향기·도수가 각기 다른 개성적인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전북 순창군 인계면 물통길 내 인계농공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어리 전경(사진=김용운 기자)
지난 28일 순창브루어리에서 만난 차보윤 장앤크래프트 상무는 먼저 맥주의 속성이 발효주임을 상기시켰다. 차 상무는 “맥아에서 추출한 맥즙을 효모로 발효시키면 바로 맥주가 된다”며 “따라서 공장을 지을 때 전국에서 발효하기 가장 좋은 조건의 지역을 찾다보니 순창이 첫손에 꼽혔다”고 말했다.



마침 순창 지역의 수질도 맥주를 만들기에 적합했다. 차 상무는 “순창의 장맛이 특별한 데에는 기후와 수질 등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고 이는 수제맥주 제조와도 연관성이 높았다”고 했다.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어리는 4960㎡(약 1500평)규모로 약 12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연간 500만ℓ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는 ‘과르네리’라는 브랜드로 홈플러스 등에서 판매중이다.

과르네리는 가장 대중적인 필스너를 비롯해 △밀맥주이면서 유산균이 풍부한 헤페바이젠 △흑맥주 스타우트 △쌉쌀한 호프맛의 에일맥주 IPA △부드러운 에일맥주인 레드에일 △독일 뱀버그 지역의 특산맥주인 훈연향의 라우크비어 등 6종을 330ml 병으로 시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호프집 등 일반음식점에 제공하는 20리터 케그 형태로도 출시한다.

차 상무는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수백년 동안 맥주제조기기를 만들어온 카스파슐츠사로부터 생산설비를 들여왔고 스페셜 몰트로 유명한 독일 바이오만의 맥아로 수제맥주를 생산한다”며 “필터링(유통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영양분을 제거하는 행위)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100%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판중인 국내 수제맥주는 약 100여종이며 수제맥주 시장은 전체 5조원 규모의 전체 맥주시장에서 1~2% 내외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정부가 동네슈퍼나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기업인들과 호프미팅을 하면서 국산 수제맥주로 건배를 해 다시 한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앤크래프트에서 출시 중인 6가지 종류의 크래프트 맥주
그러나 실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는 아직 관심보다 뜨겁지 않은 상황이다. 장앤크래프트의 경우 국내 수제맥주 공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품질 측면에서 자부심이 높지만 공장 가동률이 40%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유통이나 마케팅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차 상무는 “국내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는 외국에서 들여온 수제맥주보다 신선도 측면에서 더 월등할 수 밖에 없다”며 “맥주 애호가들이 국내 수제맥주들을 많이 사랑해주셔야 보다 신선하고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서 즐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