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태진 기자
2016.11.24 15:17:55
분양아파트 중도금 잔금, 원금·이자를 동시 분할상환 유도
수요자 자금 납부 부담에 분양시장 외면할 듯
분양시장 수요 감소, 기존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져
시장 침체 가속화 예상 ..주택 공급도 위축 전망
[이데일리 박태진 원다연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공고가 이뤄지는 아파트의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을 처음부터 나눠갚는 분할상환방식으로 빌려야 한다는 내용의 11·24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은 1년 이내만 가능해지고 그 이상은 불가능해진다. 이는 분양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동시 분할상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상환능력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한다는 내용의 8·25 대책 기조를 유지하는 후속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 방안’(11·3 부동산 대책)에 이어 나온 대책이어서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분양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투자자 뿐 아니라 수요자들도 많이 빠질 것”이라며 “이는 분양시장 외 기존 주택시장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부동산 광풍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아 기존 시장으로 옮겨간 영향이 컸다”면서 “연이은 대책으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시장이 조정되면 기존시장도 같이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으로 분양권을 통한 거래가 급감할 수 있다”며 “11·3 대책은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일부지역에 국한돼 적용됐지만 11·24 대책은 전국 단위로 분양시장을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시장 침체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계약 포기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앞선 8·25대책 이후부터 대출 심사가 강화돼 수요자들은 위축되고 있는데 이번 후속대책으로 내년 1월부터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력이 떨어지면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도 수요 위축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내년과 2018년 입주물량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은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가 위축되면 건설사들의 공급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내년부터 쏟아지는 입주물량에 대해 공급과잉 우려가 많지만 건설업계가 신규 공급물량 조절에 들어가면 기존에 분양됐던 단지로 수요가 몰리게 되고 전세물량이 대거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11·24대책으로 올 연말까지 쏟아지는 분양물량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양 실장은 “내년부터 중도금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연내 분양 물량에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도 “오는 25일부터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수도권 단지들이 이번 대책의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과열됐던 주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 추가 대책이 필요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 교수는 “정책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에만 국한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 강남 집값이 빠지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이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섰는데, 집단대출 규제를 해서 하방압력을 크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추가대책은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해까지 워낙 공급물량이 많이 나와서 시기적으로 늦었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러한 조치가 없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대출 관리에서 중도금이 빠져서 결국에는 신규 분양쪽의 과열을 조장했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검토해서 원칙적으로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적정심사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맞긴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