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5.05.13 14:20:16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페이고(PAY-GO)’ 원칙을 강조함에 따라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페이고는 ‘Pay As You Go’의 줄임말로, ‘현금으로 지급하다’ ‘번만큼 쓴다’ 정도의 뜻이다. 재정 의무지출 증가 또는 수입 감소를 수반하는 법안은 반드시 다른 수입 증가나 의무지출 감소를 통해 상쇄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미국, 일본 등은 일찌감치 페이고 원칙을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페이고 도입 이후 5년간(2010~2015년) 550억달러, 10년간(2010~2020년) 640억달러 재정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은 신규사업 요구시 기존사업을 폐지 또는 감축토록 하는 유사 준칙이 존재한다.
페이고는 한국에서도 2010년 5월부터 정부입법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의원입법은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 의원입법에 재원 마련 책임성을 부여하는 페이고 법안(이노근·이만우 의원안)은 지난해 4월 임시국회의 핵심 추진 법안으로 꼽혔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딛힌 데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법안 처리는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임시국회에서 페이고 관련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 권한을 위축시킬 수 있고, 정책의 유연성 및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페이고 법안 통과가 무산된 이후 무분별한 재정지출을 야기하는 ‘포퓰리즘’ 법안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예컨대 국회에서 이미 통과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3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과 ‘과학기술인공제회법’ 등 일부 법률안도 별도의 재원 대책 없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정에서도 어머니들이 새로 돈 쓸 곳이 생기면 빚을 내기보다 불필요한 씀씀이부터 줄여나가듯이 나라 살림살이도 이런 원칙에 따라 운용하자는 것이 페이고의 근본 취지”라며 의원입법을 겨냥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양산에 대해 “그런 막 나오는 법들”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으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2015~2019년 5년 동안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등 페이고 원칙을 확립해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페이고 원칙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재정수반 법률의 사전협의 대상을 규정하는 국회 규칙의 조속한 입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