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지는 친박·비박…'불붙는 권력투쟁'

by김정남 기자
2015.01.14 17:03:24

친박 "인사권자가 방향 공개하면 결국 국민만 손해"
친이 "여론 인적쇄신 요구하는데 더 힘 실어주느냐"
與 계파투쟁 올해 갈수록 심해질듯‥뿌리는 공천권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론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데 그 대상들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보다도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 (친이계 좌장격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최종인사권자가 공개적으로 인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그 조직은 올스톱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친박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전날 ‘김무성 수첩’ 파문 여파로 회의는 시작부터 뒤숭숭했다. 김무성 대표는 마이크가 껄끄러운 듯 회의 직후 있을 신년회견을 이유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고, 이완구 원내대표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작 불똥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당내 친이와 친박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설전(舌戰)을 벌이면서다. 이 원내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친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의 가시 돋친 발언으로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의원은 전날 김 대표의 수첩에 적힌 ‘K’ ‘Y’가 청와대 한 행정관이 문건유출 건과 관련해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한 것이라는 설(說)을 두고 “비서관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하고 돌아다니고 이게 되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회견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이 빠진 데 대한 비판의 연장 선상이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이 선을 그은 개헌론(論)에 대해서도 “개헌 논의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여론에 어긋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4선 중진 심재철 의원 역시 “대통령의 신년회견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요약하면 ‘실망’이라는 단어”라고 비판했다.

이에 당장 친박계는 발끈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심재철 의원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하는 대통령의 의지를 평가해줘야 한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당내 일각의 청와대 인적 쇄신론에 대해서도 “손해는 국민이 본다”며 일축했다.



그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역대 대통령들이 걸핏하면 선거구제 얘기하고, 개헌 얘기하고 해서 갈등, 분열, 대립을 조장해왔던 그 정치행태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을 감쌌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 경제활성화를 통해 국가 재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고 옹호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분출되는 게 새누리당의 힘”이라며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설전은 여권 내부의 갈등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내년 공천권을 둘러싼 투쟁이 그 뿌리라는 관측이다. 친박계와 갈등설에 휩싸인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두고 여론조사 공천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이에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 전반이 공천 관여에 위협을 느끼면, 추후 정면충돌 양상까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도)에 대해 친박 좌장격 서청원 최고위원이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 간 명운이 걸린 것이어서 올해 중·후반기로 갈수록 다툼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수첩’ 파문도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메모의 사실 거짓 여부를 떠나 이런 설이 떠도는 것 자체가 여권 내부의 균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당장 박 대통령의 ‘역린(逆鱗)’으로 알려진 ‘박세일 카드’의 향방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선임 건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