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끼니때 밥 챙겨먹게 돼 다행"…취약계층 돕는 돌봄SOS센터

by최정훈 기자
2019.07.24 11:54:43

서울 성동구, 돌봄SOS센터 현장 르포
센터, 신청 혹은 발굴해 취약계층 맞춤서비스 제공
“절차 등으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할 듯”
“도움 필요하면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려달라”

23일 성동구 송정동 한 빌라에서 돌봄SOS센터 서비스 대상자가 식사와 청소서비스를 받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한 오래된 빌라.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이 곳 지하에 이춘식(가명·72)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에서 혼자 산 지 10년째라는 이춘식 할아버지는 18일부터 성동구 돌봄SOS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할아버지는 “사실 혼자 살면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끼니때마다 밥에 국한 술이라도 챙겨먹을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독거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 또는 연계하기 위해 지난 18일 문을 연 돌봄SOS센터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현장 사회복지 매니저들은 서비스가 복지 대상 여부보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지를 먼저 판단하고 나서기 때문에 행정 절차 등으로 인한 답답함을 덜었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성동구 송정동 주민센터 소속 사회복지사와 이춘식 할아버지가 거주하고 있는 단칸방에 들어서자 코를 찌를 듯 한 악취가 진동했다. 할아버지는 5평 남짓한 좁고 찜통 같은 방바닥에 앉아 숟가락으로 밥 한술을 떴다. 그에게는 이 마저도 반가운 식사. 방 한 칸에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쌀 `나라미`가 있었지만 음식을 조리할 몸 상태도 안 돼 쌀 포대 안에서 날벌레가 들끓었다.

송정동 주민센터 설명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최근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혼자서 수십 년간 살아오며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치매 판정을 받자 주민센터에 손을 내밀었다. 센터는 곧바로 치매 관련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다. 문제는 등급 판정이 나오는 기간 동안 독거 노인인 그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었다. 이에 주민센터는 할아버지를 돌봄SOS센터 서비스 대상자로 분류하고 긴급지원을 실시했다.



돌봄SOS센터는 △혼자 거동하기 어렵거나 독립적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경우 △수발할 수 있는 가족 등이 부재하거나 수발할 수 없는 경우 △공적 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공백이 발생한 경우 도움을 준다. 현재는 성동·노원·은평·마포·강서 5개 구 88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자가 되면 돌봄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청소나 심부름 등을 하는 일시재가서비스를 비롯해 외출 활동을 지원하는 이동지원서비스와 도시락을 전달하는 식사지원서비스를 포함해 총 8가지의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주민 센터의 경우 시범기간이었던 지난 6월에 혼자 사시는 홍모(65) 할아버지가 폐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회복 기간인 약 2주간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 매니저들은 돌봄SOS센터 덕에 행정절차 등으로 인해 도울 수 없던 사회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전에는 공식 대상자에 한해서만 도울 수 있게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 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안부 전화를 건네는 정도 뿐이었다”며 “돌봄SOS센터는 돌봄 대상자를 직접 발굴하고 선정해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센터로 전화하거나 방문해 신청하면 돌봄 매니저가 직접 집에 찾아와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하고, 돌봄 계획을 세워 관련 시설과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또 사회 취약계층의 이웃 주민이나 통장 등이 알려주면 직접 찾아가 확인하기도 한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서비스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아울러 23일부터 성동구를 시작으로 민간 연계가 아닌 공공에서 해당 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하기 위한 종합재가센터도 들어서 돌봄SOS센터 서비스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근희 송정동 주민센터 복지팀장은 “공공에서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회 취약계층은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꺼리기도 한다”며 “혹여 동에서 놓치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보일 때 적극적으로 주민센터에 알려주면 도움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