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양권 폭탄 돌리기' 시장 좀 먹는다

by이승현 기자
2015.07.30 17:10:56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올해 초 개봉한 영화 ‘강남1970’을 보면 1970년대 서울 강남에서 어떻게 땅 투기가 이뤄졌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쉽게 말하면 땅 투기 조직이 땅을 사서 웃돈을 붙여가며 서로 사고팔고를 계속하면서 땅값을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자나 공무원 등을 사칭해 이곳에 개발 호재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렇게 가격이 올라갈 대로 올라간 소위 ‘작업이 된 땅’은 ‘호구 쩐주’에게 팔린다. 이 땅을 산 사람은 말 그대로 상투를 잡은 셈이다.

요즘 청약 열기를 내뿜는 아파트 분양시장을 보면 마치 1970년대 강남을 보는 것 같다. 잘 나간다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다. 이들은 모델하우스 앞에서 방문객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수집한다. 나중에 청약 당첨자 발표 후 실제 당첨자를 선별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당첨자가 선별되면 연락해 입주할 것인지, 분양권을 전매할 것인지를 묻는다. 전매 의사가 있다고 하면 웃돈(프리미엄) 규모에 대해 협상하고 협상이 끝나면 다른 수요자와의 거래를 중개한다. 이 분양권은 입주 전까지 같은 방식으로 몇 차례 전매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 때마다 웃돈이 붙어 점점 가격이 높아진다.



결국 더 이상 팔리지 않는 분양권을 갖게 된 사람은 그 아파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소유해야 한다. 입주 후에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상관이 없지만 혹시라도 가격이 내린다면 마지막에 상투를 쥔 사람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예전에 TV 오락프로그램에서 했던 ‘폭탄 돌리기’ 게임하고 비슷하다.

문제는 분양권 거래시장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분양권이 얼마에 거래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중개업자들만 가지고 있다보니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제값을 주고 거래했는지 알 방도가 없다. 요즘의 분양 열기가 지속될 지도 의문이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할 2~3년 후에는 부동산 경기가 지금만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부동산시장이 지속 성장하려면 ‘분양권 돌리기’와 같은 부담 요인을 덜어내야 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부동산의 봄’이 일부 투기 세력으로 인해 금세 지나갈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