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사고 현금 뽑고"…‘2차 계엄’ 가능성에 시민들 불안 호소

by김형환 기자
2024.12.09 15:18:10

계엄 당시 편의점 생필품 매출 크게 증가
“탄핵안 부결, 너무 불안해”…시민들 자구책 마련
전문가 “정부·여당, 빠른 수습책 발표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이후 다시 계엄이 선포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미리 현금을 뽑아두고 생수·라면 등 생필품을 구매해두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재차 계엄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늦은 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를 경험한 시민들의 공포감은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공동 담화문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A편의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오후 11시부터 4일 0시까지 통조림 매출이 4배 이상 늘었다. 봉지라면과 생수, 즉석밥 등 매출 역시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른 편의점들의 매출 증가폭도 큰 흐름은 다르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불안은 당시 보다 다소 누그러졌지만, 혹시나 있을 2차 계엄에 즉석밥 등 생필품을 쟁여놓는 사람들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미리 온라인을 통해 라면·통조림 등을 대량으로 주문하기도 했고 직접 마트로 향해 물건을 사오기도 했다. 카드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목돈을 찾아놓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영아를 키우는 부부들의 경우 미리 분유를 구매해두는 등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권모(29)씨는 “저번 비상계엄 당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식구끼리 역할을 나눠 누나는 현금을 뽑아오고 나는 편의점으로 뛰어가 라면·통조림 등을 구매했다”며 “어린 조카가 있어 혹시나 나중에 배송이 안될까봐 분유도 미리 사서 쟁여뒀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정모(29)씨 역시 “서촌에 사는데 광화문이 불안해 바로 강동구 본가로 택시를 타고 향했다”며 “혹시나 2차 계엄이 있지 않을까 상비약이랑 생수·라면 등을 미리 사놨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불안감은 온라인상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2차 계엄시 대응 방법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2차 계엄을 대비해 생활비를 현금으로 3~6개월치를 확보하고 일부 자금을 금 구매에 할당하라”며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나 유로화 같은 외화로 일부 자산을 분산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글을 쓰기도 했다.

재차 계엄에 대한 공포심이 이어지며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던 김모(33)씨는 “윤 대통령 자체에 대해 분노한 것도 있지만 혹시나 2차 계엄이 나지 않을까 불안해서 (집회에) 나갔다”며 “여전히 군 통수권자가 윤 대통령인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 끌어내는 것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나서 추후 로드맵을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시민 불안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1차 계엄도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시민 불안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이 빠르게 수습책을 발표해 시민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