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한국타이어…오너 리스크로 경영 빨간불
by손의연 기자
2023.03.10 18:02:05
조현범 회장, 횡령·배임 혐의 구속
경영권 분쟁 끝나자 ‘총수 공백’ 위기
한국타이어 신사업 추진 제동 우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국타이어의 올해 사업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과 그의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간 경영권 분쟁을 내홍을 겪다 2021년 12월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번엔 ‘총수 공백’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너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면서 한국타이어가 신사업 성장을 추진하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전날인 9일 구속됐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공시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발부했다”며 “향후 상기 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 자금 130억원 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일정 부분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또한 비슷한 시기 회삿돈을 유용해 개인 집수리 및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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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130억 원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이 사적으로 빌려줬다고 판단되는 수십억 원에 대해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은 비슷한 시기 회삿돈을 집수리,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개인 비리 혐의(횡령)도 있다. 검찰은 영장에 포르쉐 타이칸과 페라리 488피스타 등 수억 원대 슈퍼카를 회삿돈으로 구입해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파악한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 원대다.
또한 조 회장은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공정거래법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19년에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적 있다. 이번이 두 번째 구속이다. 당시 조 회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9년 12월 구속기소된 끝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 회장은 2020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 회장의 구속으로 한국타이어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노조 리스크’에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영상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앤컴퍼니그룹이 글로벌 신사업 확장과 투자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은 사업 추진에 치명적일 것이라는우려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2021년 4월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엔 주행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인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부문을 인수하며 미래모빌리티 분야 사업을 확장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미래 먹거리가 될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던 것과 동시에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통해 트럭·버스용 타이어까지 생산 라인을 확대해 북미시장 상용차 사업을 넓히던 중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수일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 체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오너가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형 투자 건에 대해선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 구속과 관련해 “회사가 대규모 투자와 M&A를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데 리더십 공백으로 회사의 신성장 동력확보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 된다”는 짧은 입장도 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노조리스크에 대한 불안요소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노사 간 이견이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